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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高尙)한 발견(發見)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이런 멘트를 들었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거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그런데 좀처럼 오지 않고, 세상은 흘러가는데 좋은 날만 기다리다가 인생이 지나가 버릴 수 있겠다는 조바심이 들 때, 부자가 되고 싶지만 가진 게 없고, 똑똑해지고 싶지만 배운 게 없고, 유명해지고 싶지만 재능이 없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 볼텐데 그런 인맥도 없고, 사랑받고 싶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이 나의 간절한 바람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저 멀리 앞장서서 나를 조롱하듯 느껴질 때, 언제까지나 돌아서 눈물지며 나에게 좋은 날이 올 거야할 수 만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성공 없이 그냥 나아갔다. 이런 지혜로운 말을 한 사람은 오랫동안 미국인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희극배우였던 존나단 윈터스(Jonathan Winters)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멘트를 들으면서 니체의 이런 말이 생각났다. “나의 행복을 구하는데 지쳐, 발견하는 버릇을 나는 익혔다.바람이 내 앞을 막고 있기에, 나는 어떤 바람이건 순풍으로 할 양으로 나는 돛을 친다

 

성공했다는 타인의 인정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행복일 거라고 여겨지는 유혹(temptation)은 세월이 지나갈수록 내려놓아지지 않는 부담이다. 얼마 전 대전에 처음으로 큰 눈이 내렸을 때 뉴스에서는 빙판길 안전사고 조심을 당부하고 있었지만 나뭇가지 잎파리 대신 살포시 내려앉은 눈 풍경만큼은 참 예뻤다.

 

앞으로 겨울은 점점 더 깊어져 나뭇가지가 풀썩일만큼 눈이 푹푹 나리는 날들이 많을 것이고 그러다 어느 날 인가는 쌓이는 줄도 모르고 쌓인 것들 위에 이만큼이나 무거운 줄 모른 채 계속 쌓아 놓고 쌓아 놓은 것들 위에 겨우 가벼운 눈발 하나 더 얻은 것 뿐인데 어느 순간 힘없이 풀썩 꺾기고 마는 날도 있을 것이다.

 

정채봉 작가는 그 모습이 세월 같고 늙음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시각각으로 시간은 흐르지만 늙음은 한 단계씩 일 년치씩 그때그때 표시 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은 삭정이에 눈 쌓이듯 모아둔 채 있다가 어느 순간 폭삭 한꺼번에 나이든 표시가 난다는 것을. 그때그때 표시나지 않다가 폭삭 한꺼번에 표시 나는 건 또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당신 어떻게 파산했소?” “서서히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참 절묘한 표현이다. 어떻게 파산했느냐고 물으니 서서히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라니.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나빠졌다 생각한다. 아니 착각한다. 큰 재난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나무만 아직 살아있다 뿐 진작 말라죽은 삭정이에 눈이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이고 쌓이는 과정을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가벼운 눈발하나 얹혔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풀썩 꺾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시인이 이렇게 노래한 것처럼,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하루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뿐”.

 

나의 지나간 것들은 어떻게든 흔적으로 남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내가 했던 말과 내가 보여준 행동은 그대로 내 과거의 또 누군가의 기억에 남겨질 일이다. 살면서 지우고 싶은 흔적이 있고, 또 남기고 싶은 흔적도 있다.

 

이 두 가지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인생이라는 무늬에 양탄자를 짜가는 것일 진데.그래서 목적이 달라졌다. 성공이 아닌 삶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때때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 지금 나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간절히 바라는 그 하나 때문에 많은 것을 놓칠 수가 있다.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이 즈음에서 다시 주님의 구원해주심에 감격했던 그 순수(純粹)로 한 발짝을 떼어보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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