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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호 총장의 목회서신 93

떠나는 목사

큰 기대와 환영의 박수를 받으며 부임하는 목사 뒤에는 쓸쓸하게 교회를 떠나는 이임목사가 있다. 이임 목사 중에는 명예롭게 정년퇴임 하는 이도 있고 원하던 교회에 부임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이도 있지만, 갈 곳 없이 떠나는 이도 적지 않다. 전에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옛 사람들의 손님맞이와 보내기(작별)에 대한 형식(形式)의 일부를 되짚어 보며 교훈을 얻고자 한다(57).

 

과거 우리나라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찾아오는 과객(過客)에게 거처와 음식을 제공하는 풍습이 있었다. 과객은 대게 한 끼니 식사를 하거나 또는 하룻밤 신세를 지고 이튼 날 아침에 떠나지만 게 중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몇날 며칠을 머무는 이도 있었다. 그런 길손은 흔히 오래 머무를 구실을 찾기 때문에 주인은 핑계꺼리를 없애야 했다.

 

 그래서 혹 식객들 끼리 투전을 해서 길손이 노자를 잃어버릴 경우 그것을 기화로 더 눌러앉게 되지나 않을까 해서 행랑채에서는 투전을 금했으며, 비가 온다 날이 저물었다 하며 출발을 미루거나 떠나갔다가도 되돌아오지나 않을까 해서 장기 투숙 식객이 떠난다고 하는 날은 서둘러 음식을 공궤하고 해가 있을 때 재 넘어 주막집까지 배웅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억울해서 못 떠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권속(眷屬)들에게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했다. 이제는 과거 집단거주 대가족 중심 농경사회가 핵가족으로 바뀌었고 주거 환경과 생활양식도 변해서 그와 같은 미풍양속은 옛 이야기가 됐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모두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과객이다. 인간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피차 주인과 손님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목회자 또한 부임하는 목사와 떠나는 목사의 역할을 교대로 한다. 오늘의 취임목사가 바로 내일의 이임목사라는 말이다. 차제에 떠나는 목사에 대한 교회의 도리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목사가 빈손으로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후의를 베풀어야 한다. 목사가 돈 때문에 비굴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성실하게 목회한 이라고 할지라도 공()이 있으면 과()가 있기 마련. 공은 치하하고 과는 묻어야 한다.

 

셋째로, 목사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떠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옛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愛別離告)을 인간의 여덟 가지 기본적 고통 목록에 넣기까지 했다. 목사에게는 섬기던 교회를 떠나는 것 보다 더 큰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교회는 목사가 마음에 상처를 안고 떠나지 않도록 양보해야 한다. 서운함이 깊어지면 노여움이 되고 노여움이 길어지면 원한이 되며 원한은 모두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한호 총장 / 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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