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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65

여백은 창조의 포란실

 20세기 최고의 신화해설자로 불리는 조셉 캠벨(Joseph Campbell)과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Bill Movers)TV 대담 초고를 재구성한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이란 책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내 삶의 빡빡함을 들어낸 여백 같은 안식(安息)은 어미 된 동물이 알을 낳은 뒤 품어 부화시키듯 인간의 삶에도 새로운 미래와 아이디어를 만드는 전기(轉機)가 된다는 의미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정말 여백(餘白)은 창조의 포란실(抱卵室)이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도 창조를 위한 여백은 정말 필요하다.

심지어 오늘 조간(朝刊)에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도 모르고 지난 날, 스마트폰도 없이도 지낸 날, 먹고 사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도 해본 날, 늘 보던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어 보고,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본 날. 심지어 생각의 전원마저도 꺼둔 날. 그런 채우지 않은 빈칸 같은 날이 절대로 필요하다. 놀랍게도 바로 그 날에 창조의 씨앗은 뿌려진다. 그 땅에서 새싹이 틔워진다.

왜 우리는 마음이 답답할 때 눈을 들어 하늘을 볼까? 멀리 바다라도 찾을까? 거기에 뭐가 있다고? 바로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넓은 하늘 여백이 위로와 평안을 준다. 그 넓은 바다 여백이 쉼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왜 우리는 때가 되면 잠을 잘까? 하루 종일 공부하고 일해도 모자란 우리 삶이거늘 왜 잠은 꼭 잘까? 역시 여백 때문이다. 그 고요한 수면 여백이 치유와 회복을 준다. 고단함과 피로를 멈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그 잠의 여백에서 우리는 꿈도 꾼다. 오늘을 매듭짓고 내일을 소망한다. 보다 나은 미래가 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채우는 일만 하지 말고 비우는 일도 해보자. 꽉꽉 들어차게만 하지 말고 텅텅 비워도 둬보자. 항아리가 쓸모 있으려면 빈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그래야 담을 수 있다. 피리의 아름다운 선율 역시 빈 공간에서만 나온다. 그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오선지에 쉼표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선율도 고통일 뿐이다. 그걸 곧이곧대로 연주하려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쉼표 없는 인생 역시 절대로 불가능하다. 물론 목회자는 말할 것도 없다.

주님은 우리의 마음이 빈칸일 때만 당신의 은혜를 채우신다. 내 생각과 탐욕, 고집과 분주함으로만 충만한 내 안엔 그 어떤 은혜도 들어오지 못한다. 내 존재의 빈칸이 주() 존재의 충만이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있을 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주님의 음성도 빈 공간에서만 들린다. 채워졌을 때가 아닌 비워두었을 때 들린다. 움켜쥐었을 때가 아닌 내려놓았을 때 들린다. 달려갈 때가 아닌 서있을 때 들린다. 올라가 있을 때가 아닌 내려왔을 때 들린다. 꼿꼿할 때가 아닌 엎드렸을 때 들린다. 그 때 우리는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듣는 음성이 내 영혼을 살린다.

그러니 주님과 함께 하는 이 고요한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주님의 보좌 앞에 그 마음을 쏟아보자. 우리의 모든 것 아시는 주님께는 그 무엇도 감출 것 없다. 당신의 마음과 정성을 다해 주만 바라자. 오직 주의 얼굴을 구하고, 다 이해할 수 없을 때라도 감사하며 날마다 순종하며 주 따르자. 나 염려하잖아도 내 쓸 것 아시니 그가 채우실 것이다. 목회자는 이런 여백의 미()와 능()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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