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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법 : 세 도둑 얘기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얼마 전 기고한 니버(Niebuhr) 교수의 사랑과 법에 이어 어릴 적에 들은 도둑을 용서한 노인의 얘기이다.

도회지에 나가 살던 아들이 설을 쇠러 시골집에 내려왔다. 떠나 있을 땐 그리운 고향집이었지만 막상 돌아와 보니 한시라도 견디기 힘들었다. 집 벽에서 나는 황토 냄새가 너무 역겨웠다. 어디선가 된장 내처럼 쾨쾨한 냄새도 콧속을 후비고 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문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문틈으로 밖을 내다 본 그는 깜짝 놀랐다. 머리끝이 쭈뼛 선것은 도둑이었다. 다행히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지 않았다. 살금살금 부엌을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 도둑의 등 뒤로 날쌔게 달려들어 도둑을 땅바닥에 메어쳤다. 그리고 제 허리띠를 풀어서 도둑의 두 팔을 꽁꽁 묶었다. 온 식구가 깨고 아버지 영감도 달려 나왔다. 영감의 손에는 지게작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성깔이 불같은 노인 영감은 다짜고짜 말 한마디 없이 작대기를 휘둘렀다. 그런데 그 지게작대기가 아들의 등판에 철썩 올라붙었다. 영감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도둑을 때린다는 것이 실수로 아들을 때린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아들이 종아리를 싸쥐고 있는데 김 노인의 작대기가 재차 아들에게로 겨누어졌다. “이 몰인정한 녀석!” 아들은 깜짝 놀라 작대기 끝을 피했다. “이 녀석아, 내 물건 도둑 안 맞았으면 그만이지 사람은 왜 친단 말이냐! , 이 추운 겨울에도 도둑질하는 사람은 여북해 하는 줄 아느냐. 우리네 시골 사람은 그런 법이 없다.” 넌 법에 안 걸릴 일만 하고 사는 성싶지? 어제 그게 누군 줄 아냐? 내 모르는 체했다만, 알고 보면 다 알만한 이웃 사람이야, 시골서야 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인가? 도둑을 잡고서도 칭찬은커녕 한바탕 혼 줄이 났다. 도둑은 울고 있었다. 도둑의 등에는 노인이 갖다 준 쌀 한말이 짊어지어졌다.

도둑을 잡은 아들을 후려치고 정작 도둑에게는 쌀을 짊어지게 해 보내는 이런 여유와 멋을 이제 어디서 기대하랴, 그런데 영감의 잔소리는 정작 설교였고 그 설교 중 율법과 사랑의 그림자를 얼핏 살필 수 있다. 법만 가지고 산다면야 오늘날처럼 법이 밝은 세상이 또 어디 있을까?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오히려 부족해진다. 오늘날 창궐하는 불법과 범죄를 보면 법이 없어서 범죄가 창궐한 것은 아니다. 법으로만 산다면야 법에 안 걸릴 사람이 어디 있겠으랴. 법을 다 준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율법을 완성케 하려 오신 예수님 외에 누가 나를 죄로 책잡겠느냐?”(5:17)라고 묻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에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로마서 3:20)라고 말씀한다. 우리가 모두 죄인임을 깨닫게 해준 그 율법은 이제 우리를 무죄하신 예수님께로 인도하여 복음과 만나게 해준다. 율법 아래서 모든 사람이 죄인임을(3:23) 깨달은 사람은 용서의 사랑을 갈망한다.


복음을 통해 죄 용서를 받을 자는 이제 남도 용서하며 사는 여유를 갖는다. 이 여유는 한편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의무요 또한 권한이다. 율법을 통해 죄를 깨닫고 복음으로 죄씻음 받은 우리의 교회가 이 일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복음 사역 중에 한 예를 들면 여인이 음행하다 현장에서 잡혀왔으니 율법대로 라면 돌에 맞아 마땅히 죽어야 했지만, 율법과 용서의 사랑 사이의 갈등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법으로 모두 다 회개와 용서로 살아 돌아갔다.


1974년 긴급 조치하에 서대문 구치소의 수감 중 아이러니(irony)하게도 감방장 전과 7범 길봉수 씨의 입담 좋고 구수한 얘기이다. 아마도 어떤 도둑의 실제 경험한 얘기가 감방을 흘러 내려온 것인지 모른다. 달동네에 사는 가난한 집에 도둑이 들었다. 이 집은 이불이 없어 신문지를 덮고 사는 처지였다. 그날 밤에 들어온 도둑은 온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핀 후 발로 툭툭 차서 잠든 주인을 깨운 다음 불쾌하고 짜증 섞인 어조로 소리쳤다.


이렇게 가난해서야 어떻게 우리 같은 도둑들이 먹고 살겠냐? 이놈의 집구석에 뭘 갖고 갈게 있어야지!”하며 발로 방바닥을 내리쳤다. 그때에 놀라서 깨어나 겁에 질려 움추린 주인은 다소 안도가 되는지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성깔난 도둑은 웃고 있는 주인에게 또 소리쳤다. “웃다니? 허참, 지금 이런 처지에 웃을 수 있게 됐냐?” “미안해유, 그저 죄송합니다유, 사는 꼴이 이러니 너무도 갖고 갈 것이 없어서유!” “이봐! 말만 미안허유라고 할 게 아니라 좀 미안하지 않도록 해놓고 살아야 될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내 처지에 어떻게 하라구유?” “이봐! 말귀도 제대로 못알아듣구먼, 부지런히 일해서 남 주냐? 이제 너도 살고 제발 나 같은 도둑도 살게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 알았어!” “, , 알았구만유, 고맙와유. 깊이 명심하겠시유.” 도둑놈 주제에 맞지도 않는 소리에 혼난 주인은 그 후로 점말 열심히 일해서 달동네 신세를 면하고 잘 살게 되었다고 했다.


오래전에 들었지만 오늘에도 우리 사는 세상을 풍자한 얘기라 본다. 여기서 우선 도둑놈의 장황한 설교랄까? 훈도를 잘 들어준 충청도 양반이 회개하여 열심히 일해 자수성가한 자세는 그렇게도 목사님의 설교를 많이 듣고도 회개하지 못하는 교인에겐 심금을 울리는 경종이겠고, 다음으로 나같은 목사의 설교가 도둑의 설교보다 감동을 못주는 설교라면 나부터 회개하라는 이야기이리라.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지만 전원술, 이종철, 한상철, 엄만근 같은 4, 5학년 형들을 따라 다녔고, 함께 어울려서 수영도 배우고, 낚시를 함께 해서 우럭도 제일 많이 28마리를 잡았고, 겨울엔 옴병이 올라 가려워 죽을 것 같은 때도 있었다.


하루는 뒷집 산에 떨어진 밤 줍기에 따라 나서서 떨어진 밤을 주머니에 계속 집어넣고 있었는데 돌을 나무에 던져 밤을 떨어뜨린다는 소리에 갑자기 숨을 곳이 없어 밤나무 뒤쪽에 붙어서 피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주먹만한 돌 하나가 밤나무에 부딪히고 나의 머리에 떨어졌고 비명 소리와 함께 넘어졌다.

형들은 나를 끌고 물가에 데리고 가서 피범벅이 된 머리와 옷가지를 벗겨 깨끗이 씻어주고 가재로 머리를 싸매어 줬으나 머리의 피는 계속 나왔다. 부모가 두려워서 해질 때까지 머리를 두 손으로 누르고 고통을 견디다가 밤중에 집에 들어와 저녁을 굶고 잤다. 며칠 후 마침 외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나의 밤잠을 설치고 앓는 소리를 듣고 가재로 싼 나의 머리를 살피니 구더기가 고름에 섞여 나왔다.


놀란 외조모는 어머니를 꾸짖고 구더기와 피고름을 닦아내고 된장을 머리에 바르고 가재를 씌워 턱밑까지 싸매주어 2주쯤 지나 낫게 됐으나 지금도 짱배기 머리는 조금 들어가 돌자욱으로 머리뼈가 약간 울퉁불퉁하다. 밤 도둑질에 어울렸다가 살아난 이후 내린 큰 결심은 5~6세 때 외가에서 술 먹고 담배 피워본 뒤 80평생 술 담배 끊은 것처럼 내 평생에 도둑질은 딱 안하기로 손 끊고 살아오게 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도적질하지 말지니라”(20:15)


한명국 목사 /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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