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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고

하늘 붓 가는대로 – 93


나는 서제 벽에 무식하게 굵은 대목을 몇 개 박아 놓고 외출에서 돌아와서 거기에다가 외투나 가벼운 겉옷을 걸어 놓는다. 아내는 이따금씩 서재에 들러 보기 흉하게도 이런 못에다가 옷을 걸어 놓느냐고 거의 짜증스럽게도 훌훌 걷어서 다른 방에 갖다 버린다(?).


스탠드 옷걸이를 비치하면 될 것을 왜 그러느냐고? 언젠가 나도 모르게 대못을 벽에 박아 놓은 것이 있어서 그냥 쓰고 있는 것뿐이다. 자주 아내가 촌스러운 영감쟁이라고 놀려대도 끄덕 없이 지내는 이 노인의 무의미한 고집이라 할까?


그런데 어느 날 책에서 눈을 떼고 바라보니 못과 외투가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새삼스럽게 돋보이는 것이다. 나는 순간 자문(自問)해 봤다. 왜 나는 아내가 그토록 못마땅한 옷걸이 행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까? 그리고 더 깊은 실제문제로 나아갔다.


못이 거기 있어 옷을 거는 거냐? 옷이 있어서 못에 거는 거냐?

가령 외투 옷이 있었다 하더라도 벽에 못이 박혀 있지 아니했더라면 거기에 걸려 있지 않았을 것이 아니냐? 그렇다. 그런거다. 나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발견한 나의 지혜에 스스로 감동(?)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편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외투 옷이 있기로서니 벽에 못이 박히지 않았더라면 외투가 거기 걸리지 않을 것이 아니냐? 외투가 거기 걸리게 된 것은 못 탓이다. 외투에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벽에 박힌 못 때문이다. 또 한 번 놀라운 발견에 스스로 놀라는 나였다.


조용히 벽을 향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벽에서 싸움하는 소리가 들렸다.

외투 왈 야 못아! 왜 네가 벽에 걸려서 나로 하여금 거기 걸리게 했느냐?”

이에 질세라 못 왈 ! 외투야. 내가 벽에 박혀 있다 해도 네가 없었다면 여기 걸릴 것이 없지 않았느냐! 네 탓이지 내 탓은 아닌거야.”라고 응수했다.


나는 못과 외투를 싸움질하게 한 트러블 메이커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러니 이제 결론은 내가 내릴 판이다. 내가 못과 외투 사이에 시비를 판가름할 차례다 내가 언도를 내린다.

듣거라! 못도 외투도 어느 누구탓도 아니다. 굳이 탓을 한다면 못과 외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양비론(兩非論)을 내세웠다. 그리고 무승부 판정을 내렸다.


벽을 쳐다보니 외투를 걸고 있는 못이나 못에 걸려있는 외투나 양자가 말이 없었다. 그것은 주인의 판정에 오케이하고 승복한다는 침묵의 표현이었다. 그 어느 쪽도 상소할 기세는 아니었다.

왜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만 꼭 결판을 내려하는가? 변증법 노리는 신학상에 반()하지만 통합 원리는 성경과도 어울리는 철학이 아닐까?

水流(수류) 권혁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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