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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의 고별설교(삼상12:1~25)

이희우 목사의 사무엘서 여행-13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 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1976년에 민들레 영토를 첫 시집으로 엮었던 이해인 수녀는 38년 후인 2014년 나이 70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이라는 시집을 냈다. 그녀는책 서문에서 겨울 추위 타지 않고 밝고 환하게 꽃으로 웃어 줄 줄 아는 동백,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열매를 잘 익혀 멋진 기름을 짜게도 하기에 그 일생이 참 아름답다필 때도 질 때도 아름답고 고운 동백꽃처럼 한결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사무엘서를 읽으며 사무엘도 동백꽃을 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엘상 12장에는 사무엘이 늙었다는 말을 세 번 쓰고 있다(8:1, 5, 12:2). 마치 등장하자마자 늙고 바로 퇴장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러고도 사울 왕과 다윗 왕을 기름 부어 세우고 왕을 가르치고 선지자를 육성하는 일을 계속한다.

 

이젠 늙었다”, 상투적인 거짓말처럼 보이는 이 표현은 역설적으로 사무엘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핵심 사명은 세대교체, 즉 새 시대의 출범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왕정 시대를 여는 기초를 닦고, 교체대상, 사라져야 할 존재다. 그래서 늙었다는 표현은 사무엘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사사였고 능력도 있고 백성들의 신망도 있었지만 늙었다는 이 한 마디는 백성들이 주변국들처럼 왕을 요구해도 늙은 사무엘이 왕이 될 수는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사무엘이 보기에 백성들의 요구는 어리석은 배은망덕이다. 하나님도 버리고 자기를 버린 민심이 야속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 고별설교를 하며 섭섭하고 애통하는 마음으로 자신은 청렴결백하게 살았다고 말한다.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았느냐 누구의 나귀를 빼앗았느냐 누구를 속였느냐 누구를 압제하였느냐 내 눈을 흐리게 하는 뇌물을 누구의 손에서 받았느냐”(3). 백성들도 인정한다. “당신이 우리를 속이지 아니하였고 압제하지 아니하였고 누구의 손에서든지 아무것도 빼앗은 것이 없나이다”(4), 하나님도 인정하시고 기름 부어 세운 왕도 증언한다고 했다.

 

모두가 사무엘이 사사로서나 선지자로서 깨끗하게 살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버림받았다. 사무엘은 착잡했을 것이다. 백성들이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치권을 미련 없이 넘긴다. 끝까지 사명을 감당한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필 때도 질 때도 아름다운 동백꽃같이 멋지다.

 

삶이 아름다운 사무엘

사무엘은 이스라엘 최초의 선지자요 마지막 사사였기에 이스라엘 민족의 유일한 최고 지도자였다. 지위와 명예, 권세를 한 몸에 지닌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았다. 사울을 왕으로 세운 다음 자신이 지금까지 누리던 지위와 명예, 권세를 다 깨끗하게 포기하고, 그 모든 것을 사울에게 이양한다. 그리고 사울을 백성들의 전면에 부각시킨다. “이제 왕이 너희 앞에 출입하느니라 보라 나는 늙어 머리가 희어졌고 내 아들들도 너희와 함께 있느니라”(2). 미련을 두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다.

 

돌이켜 보면 사무엘은 삶이 떳떳했다. 권력을 이용해 남의 것을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속이거나 압제하거나 뇌물을 받은 적도 없다(3).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갚겠다고 한다.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말이다. 맞다. 성경 역사상 사무엘과 요셉은 진실하고 정직하며 삶이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그래서 사무엘은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사무엘은 백성들을 다스릴 때에도 자기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인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장기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렴결백한 지도자로서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런 삶을 배워야 한다. 끝이 좋으 면 다 좋다는 말이 있는데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무엘은 최고의 지도자였다.

 

하나님만이 왕이시다

삶이 뒷받침되는 설교가 힘이 있는 법인데 사무엘의 설교가 그랬다. 그의 설교는 명쾌했다. “하나님만이 왕이시라라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왕, 맞다, 그런데 백성들이 집요한 왕 요구에 하나님도 사무엘도 결국 허락한다. 그래서 사울이 초대 왕이 된다. 기름 부음 받고, 제비뽑기 과정도 거치고 암몬과의 전쟁에서 실력 발휘하여 백성들의 신임도 받는 왕으로 등극한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스라엘의 기원이 출애굽이며, 하나님께서 애굽 땅에서 노예로 고통받던 백성들을 해방시켜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하시고, 그 땅에서 나라를 세우게 하셨는데 이스라엘은 그 하나님을 잊고 우상을 숭배하다가 주변국들로 인해 위기에 빠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위기 때마다 사사를 보내 구원하신 분이 하나님 아니시냐?”, 그들의 역사의식을 일깨운 것이다. 역사를 알아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몬의 나하스가 쳐들어왔을 때는 이스라엘 백성의 태도가 달랐음을 지적한다. “우리를 다스릴 왕이 있어야 하겠다”(12). 지겹다는 뜻이다. 위기 때마다 사사를 세우는 그런 불안한 신정체제가 싫다는 것, 이건 배신이다. 결국 암몬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왕을 세우지만 하나님이 화가 나셨다. “여호와께서 우레와 비를 보내사 너희가 왕을 구한 일 곧 여호와의 목전에서 범한 죄악이 큼을 너희에게 밝히 알게 하시리라”(17)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집요하게 , 그러는 것을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에 대한 반발로 여기셨다.

 

여러 번 섭섭한 마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왕을 세운 그들에게 화가 나셨다.

그래서 밀 베는 때’, 비가 오지 않는 건기인데 사무엘이 기도하자 하나님이 우레와 비를 보내셨다(18). 다 익은 곡식들이 썩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심판이다. 결국 이스 라엘 백성들이 죄를 자복한다.

 

우리가 우리의 모든 죄에 왕을 구하는 악을 더하였나이다”(19). 그런데 살려달라고 할 때 모든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당신의 종들을 위하여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여 우리가 죽지 않게 하소서그런다. 백성들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라고 한 것, ‘우리 하나님이 아니었다. 그만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하나님이 우리 하나님, 우리 왕맞나?

 

기도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

설교 중 본인의 자신의 의지를 밝히는데 사무엘은 기도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했다. 왜 기도하나? 잘 되려고 하지 않나? 기복 종교인이 되면 안되지만 모든 종교에는 다 기복적 요소가 있다. 복 받는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종교라고 할 수 있겠나? 불교는 인연의 사슬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야 복이 있다고 하고, 무교는 정성을 들이고 헌신해야 복이 주어진다고 하지만 기독교는 말씀에 순종해야 복이 있다고 한다. 순종이 기도나 헌신이나 헌금보다 앞서야 한다. 성경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했다. 왕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사무엘은 자신은 이제 뒤로 물러나 기도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결심을 밝히는데 그때 기도 쉬는 것을 죄라고 한 것이다(23).

신약의 사도 바울도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5:17)고 명령했다. 하지만 기도를 쉬면 죄라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무엘은 기도를 쉬면 그건 죄라고 했다. 사명이 있기 때문에 사명자가그 사명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죄짓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무엘이 말한 기도는 아마 나라를 위한 기도였을 것 같다. 기도하지 않으면 죄라고 한 것은 그만큼 이스라엘을 사랑한다는 이스라엘을 향한 사무엘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는 도덕적, 윤리적 죄가 날로 커지고 있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다룬다. 영적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질서가 흔들리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가정이 죄다 흔들리고 있다. 죄악이 관영한 세상, 노아 시대처럼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6:5). 지금은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다.

 

사무엘의 고별설교는 변질되어 가는 이스라엘을 향한 애끓는 절규였다. 타락한 사회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우리도 사무엘처럼 기도해야 한다. 역경을 이기는 길은 기도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뜨거운 기도로 웃음을 주는 아름다운 동백꽃이 돼야 한다.


이희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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