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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믿음 (1)

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33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창세기 15장 1절 ~ 21절)

 

돈도 벌고 싸움도 이기고 조카도 구한 아브람이었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자녀가 없다는 단 한 가지 사실이 승승장구하던 아브람에게서 웃음을 빼앗고 있었으니까요. 바로 그때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

 

14장과 15장 사이에 아브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힌트가 있다면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방패와 상급이 되어 주겠다고 말씀하시는 15장 1절입니다. 당시 아브람에게 방패와 상급이 필요했음을 거꾸로 드러내는 구절이죠. 방패가 없으면 안 될 만큼 불안하고 상급을 얻지 못해서 허전했다는 건데, 대체 어떤 문제가 있던 걸까요? 앞선 14장에서 화려한 승전고를 울리긴 했지만 네 왕과 그들의 나라가 아예 멸망하진 않았기에 살아남은 적의 위협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만 네 왕이 조만간 군대를 정비해 보복하러 올 수도 있었으니까요. 지난번에는 이미 한 차례 전쟁을 벌인 직후였던 데다가 깊은 밤이었기 때문에 졌지만 힘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라면 아브람 동맹의 힘으로 막기는 역부족이겠죠. 그들이 아니더라도 인근 부족이 침략해 올 위험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내가 네 방패가 되어 줄게”라는 말씀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적으로부터 지켜주시겠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창세기에 아브람이 전쟁을 치렀다는 기록이 더는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이날 이후 전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브람의 진짜 관심사는 방패가 아니었습니다.

 

아브람이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창 15:2)

 

방패라는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던 아브람이 상급에는 빈정대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이라면 이미 받을 만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애굽을 거치며 재산이 많이 늘었고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돌려주고도 명성과 위신이 엄청나게 올라갔죠.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조카도 구해냈고요. 모두가 그가 받은 상급이었고 여기에 하나님께서 친히 상급이 되어 주시겠다는 약속까지 더해졌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상속자, 즉 자식 문제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있었다면 애굽에서도 당당하게 사래가 자기 아내며 아이 엄마라고 밝힐 수 있었고 포로가 된 롯을 구해 내려 목숨까지 걸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전쟁보다는 외교적 노력을 먼저 시도했을 수도 있죠. 재산과 명예를 모두 포기하더라도 아들 한 명만 있으면 충분히 감사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하나님 말씀에 감동되기는커녕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엘리에셀에게 상속하겠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그를 아들 대신으로 여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나님께 “왜 아들을 주시지 않나요?”라고 항의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댔을 뿐이죠.

 

아브람이 또 이르되 주께서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린 자가 내 상속자가 될 것이니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그 사람이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하시고(창 15:3~4)

 

3절에서 아브람은 자녀를 주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대놓고 따 지기 시작합니다. ‘내 집에서 자란 자에게 상속을 주겠다’라는 말은 생떼나 다름없는 말입니다. 순리로 보자면 가장 가까운 친척인 롯이 재산을 상속받아야 마땅했으니, 엘리에셀에게 상속하겠다는 말은 진심보다는 투정에 가깝죠. 그 정도로 마음이 상했음을 드러 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노년의 아브람이 이때를 떠올린다면 자다가 이불을 걷어찰 일이겠지만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조금도 화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다시 한번 분명하게 후사에 대해 말씀해 주셨죠. ‘네 몸에서 날 자’라는 언급은 이전 약속보다 훨씬 구체적일 뿐 아니라 엘리에셀을 특정해 이야기한 아브람의 투정을 더 친절한 답변으로 돌려주신 것이었습니다. “엘리에셀이 아니고, 네 몸에서 태어날 진짜 아들이 상속자야”라고 말이죠.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창 15:6)

 

아브람의 장점은 이해가 안 되고 설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12장 이후 아브람이 줄곧 보여왔던 모습은 지금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이유를 달지 않고 순종했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렸죠. 그런데 지금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단단히 벼르고 있었나 봅니다. 약속을 듣고 시작한 길에 끝이 보이지 않으니 한 번쯤 제대로 따져 보리라 마음먹었겠죠.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의 투정에 분명한 대답을 주셨고, 아브람이 정말 듣고 싶었던 ‘네 몸에서 날 자’라는 약속도 더해 주셨습니다. 물론 이 약속도 공허해 보일 수 있습니다. 아들이 언제, 어떻게 나는지 말씀해 주지 않으셨고 무엇보다 자신과 사래의 나이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상황이 틀림없었으니까요. 선뜻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브람은 다시 한번 믿기로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이 믿음을 가지도록 설득하셨다는 표현이 더 좋겠네요. 하나님께서 의롭게 여기셨다는 말씀은 아브람이 그만큼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는 말씀으로 보아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브람이 하나님께 뜻밖의 요청을 드립니다. 처음으로 하나님께 무언가를 요구하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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