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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25)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

1895년 5월, 미국성서공회(American Bible Society, ABS)는 알렉산더 A. 피터스를 권서인(勸書人, 권서: 성경 보급을 위한 책 판매자)으로 임명하여 조선에 파송했다. 피터스는 인천 제물포항을 통해 입국했고, 이후 무어 선교사와 함께 짧은 적응기를 거친 후, 한양을 벗어나 전국을 홀로 다니며 복음을 전파했다.


특히 1896년에는 6개월 동안 2,000권이 넘는 책을 판매했다. 이 판매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니라, 복음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선교적 사역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활동은 당시 조선 사회에서 기독교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한국 근대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장을 차지한다.


그의 헌신적인 사역은, 무엇보다 그가 한글에 능통해지도록 이끌었다. 다른 선교사들은 한글 배우기가 고역이었지만, 그는 스스로 ‘한글을 습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할 정도로 나름 수준급이었다. 무엇보다 성경을 빨리 번역해 사람들이 읽도록 해야겠다는 뜻이 간절했다. 그래서 그는 조선에 온지 불과 2년 만에 한글을 완전히 통달하게 됐다.


이후 1898년, 한국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한 걸음이 찍혔다. 바로 ‘시편촬요’의 간행이다. ‘촬요’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시편 중 핵심 구절을 뽑아 한글로 번역한 선집(요점을 간추린 문서)이었다. 구약성경을 한글로 최초로 번역한 책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조선에서가 아니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인쇄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은 근대적 인쇄 기술과 활자 기반이 없었다. 한글 활자를 이용한 성경 출판은 거의 전무했고, 성경 보급을 위해서는 해외 인쇄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요코하마는 19세기 말 동북아시아에서 선교사와 외국 상인들이 밀집한 출판, 인쇄의 중심지였다. 미국성서공회(ABS)와 연결된 인쇄소들이 있어, ‘한글, 일본어, 중국어 성경’은 물론, 찬송가와 신앙 교재까지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었다.


‘시편촬요’의 번역은 조선이었지만, 실제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요코하마였다. 요코하마 인쇄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복음의 확산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활자와 종이, 인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요코하마뿐이었고, 이를 통해 번역된 성경은 안전하고 빠르게 다시 조선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최초의 구약 한글성경인 ‘시편촬요’의 출간은 작은 사건 같지만, 역사적 의미는 깊다. ‘시편촬요’는 한국인에게 한글로 읽히는 성경의 첫 발걸음 중 하나였으며, 조선의 제한된 인쇄 환경을 넘어 해외와 연결된 선교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요코하마에서 찍혀온 이 한 권의 책이, 당시 조선 성도들에게 얼마나 큰 빛과 격려가 되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한글 성경을 읽고, 시편을 묵상하며, 찬송을 부르는 것 역시, 그 먼 바다를 건너온 ‘시편촬요’의 역사적 씨앗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요코하마의 인쇄소에서 찍힌 그 작은 책 한 권이, 한국 복음사의 큰 흐름 속에서 한글 성경의 길을 열었다는 점은 결코 잊혀서는 안된다.


피터스는 시편을 번역하는 동시에, 찬송가 가사도 직접 작사했다. 그는 10여 편이 넘는 찬송 작사를 했는데, ‘시편촬요’와 같은 해인 1898년에 출간된 찬송가집 ‘찬셩시’에 실렸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 부르는 383장 ‘눈을 들어 산을 보니’, 75장 ‘주여 우리 무리를’이 대표적이다.


그의 찬송가는 단순한 가사집이 아니었다. 당시 조선 교회가 겪고 있던 신앙적 필요와 예배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으로, 성도들이 읽고, 부르고, 묵상하며 신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즉, 피터스의 찬송은 단순한 음악적 창작을 넘어, 한글 성경과 함께 한국 기독교 예배 문화와 신앙 생활의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다음에 계속)

백정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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