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신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 왜 악과 고통이 존재하는가?”
이는 욥이 잿더미 위에서 던졌던 처절한 질문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 모두가 마주하는 근원적인 물음이다. 낸시 드모스 윌게머스의 ‘하나님이 다스리시니’(Heaven Rules)는 이 신정론의 문제를 구약 다니엘서를 통해 풀어내며, 고난의 이유보다 하나님의 통치 그 자체를 바라보도록 이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하나님이 다스리신다(Heaven Rules)’는 한 문장을 중심 주제로 삼아, 개인의 삶과 역사, 그리고 종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주권 신앙을 제시한다. 저자는 태어난 당일 세상을 떠난 아들 사무엘의 장례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해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믿음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전반부(1~6장)는 다니엘서의 서사 부분을 중심으로, 풀무불과 사자 굴의 이야기, 교만했던 느부갓네살 왕의 회개 등 역사적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통치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고난이 결코 하나님의 부재가 아닌, 오히려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후반부(7~9장)는 다니엘서의 예언과 환상으로 넘어가, 세상의 혼돈과 영적 전쟁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선포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일시적인 고난을 넘어, ‘하늘의 관점’으로 현재를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욥기의 ‘땅의 관점’과 다니엘서의 ‘하늘의 관점’을 대비시킨다. 욥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 앞에서 질문하고 씨름하지만, 다니엘은 ‘왜?’를 묻기보다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확신으로 살아낸다. 이 책은 바로 그 다니엘의 시선을 독자에게 선물하며, 철학적 설명이 아닌 실제적 신앙의 증거로 답한다.
또한 책은 ‘인력(Human Resources)’과 ‘하나님이 다스리신다(Heaven Rules)’라는 두 가지 ‘HR’을 대조하는 흥미로운 구성을 취한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시도 대신, 하나님께 맡기고 신뢰하는 신앙의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 9장에서는 ‘열 가지 HR 다짐’을 제시하며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거룩하게 살기 △좌절하지 않기 △기도하기 △소망으로 살기 등 실천적 신앙의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의 강점은 심오한 신학적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데 있다. 고난에 대한 단순한 위로를 넘어, 다니엘의 삶이라는 구체적인 모델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근거를 제시한다. 더불어 개인의 신앙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다만 저자의 명확한 확신은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빠른 결론처럼 느껴질 수 있다. 고난 속에서 충분히 울고 묻는 시간을 거치지 못한 이들에게는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답이 위로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욥의 친구들이 옳은 신학적 명제를 들고 욥을 정죄했던 것처럼, 신학적 진리가 때로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칼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신학적으로 고난의 문제를 정리하고 믿음을 새롭게 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깊은 고통 속에서 씨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목회자의 세심한 돌봄과 함께 읽혀야 할 책이다.
박찬익 목사
(교회진흥원, 행복한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