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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재정, 헌금 줄고, 격차 커져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헌금 실태와 인식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와 성도 모두 최근 한국교회의 헌금 수준이 ‘줄었다’고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현재 헌금 수준을 물은 결과, ‘줄었다’는 응답이 34%로 ‘늘었다’(23%)보다 11%p 높았다. 성도 역시 최근 3년간 헌금 변화에 대해 ‘줄었다’는 응답이 24%, ‘늘었다’는 응답이 19%로, 감소 체감이 더 컸다. 이는 교회 재정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기보다,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헌금 감소 그 자체보다 교회 규모에 따라 나타나는 재정 양극화 현상이다. 교인 500명 이상 중대형교회의 경우, 헌금이 ‘늘었다’는 응답이 48%에 달했지만, 29명 이하 소형교회에서는 ‘줄었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헌금 감소가 모든 교회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형교회에 훨씬 더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의 간극’
교회의 월 평균 헌금 수입은 2353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위값은 700만 원에 그쳤다. 평균과 중위값의 큰 차이는 소수의 대형 교회에 재정이 집중되면서 평균 수치를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교회 규모별 월 평균 헌금액을 살펴보면, 500명 이상 교회는 월 1억7500만 원에 달한 반면, 29명 이하 교회는 265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했다. 대도시 교회의 월 평균 헌금은 3845만 원이었지만, 읍·면 지역 교회는 810만 원에 불과해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농어촌과 소도시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헌금이 줄어든 이유, ‘불신’보다 ‘구조’
헌금 감소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목회자들은 ‘교인 수 감소’(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인들의 소득 감소’(33%), ‘교회 출석 빈도 감소’(20%)가 뒤를 이었다. 반면, ‘헌금 사용의 불투명성’이나 ‘목회자에 대한 실망’과 같은 신뢰 요인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는 헌금 감소가 교회에 대한 불신보다는, 인구 구조와 경제 여건 변화라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인 100명 미만 교회에서는 ‘중상위 이상’ 소득 성도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100명 이상 교회부터는 13~15%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재정 양극화가 단지 헌금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성도 구성 자체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 밖 헌금도 괜찮다” 44%
헌금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헌금은 교회에 해야 한다’는 응답은 52%였지만, ‘선한 일에 사용된다면 교회 밖 단체에 해도 무방하다’는 응답도 44%에 달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절반 이상이 교회 밖 헌금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교회에만 헌금한다’는 응답은 2023년 84%에서 2025년 77%로 7%p 감소했다.


목회자는 ‘유지’, 성도는 ‘사역’
교회 재정 사용에 대한 인식에서도 목회자와 성도 간 차이가 확인됐다. 목회자의 62%는 재정 집행의 최우선 항목으로 ‘교회 운영·유지’를 꼽았지만, 성도는 교회 사역 프로그램, 선교, 사회봉사 등 사역 확장 영역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인식했다. 실제 재정 집행에서는 교회 운영·유지가 70%를 차지해, 인식보다도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소형교회일수록 운영비 비중이 높았다.


헌금 감소 시대, 과제는 ‘신뢰와 재구조화’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이번 조사는 헌금 감소라는 현상보다, 그 이면에 있는 구조 변화와 인식 전환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밝혔다. 재정의 양극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간 연대와 지원 체계가 절실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헌금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 변화는 교회가 재정의 투명성과 사역의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논평했다.

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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