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의 불모지’라 불릴 만큼 영적 기류가 척박한 현 시대의 캠퍼스 선교, 취업난과 개인주의, 그리고 팬데믹이 남긴 단절의 상흔은 청년들을 교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이 거친 땅에 기도의 눈물로 씨를 뿌리며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침례교단의 캠퍼스 선교 전략 기지인 BCM(Baptist Campus Ministry, 침례교대학생운동) 사역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20일 더크로스처치(박호종 목사)에 모인 이들은 새 학기를 맞아 각 캠퍼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령의 강력한 역사를 공유하며, 침례교 공동체의 뜨거운 기도를 요청했다.
지성의 전당에 세워진 기도의 제단
이근영 목사(BCM 총무)는 세종대 전임 교수 출신이라는 이점을 살려 복음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 목사가 주도한 ‘토닥 모임’은 단순한 상담을 넘어 영적 치유의 장이 되고 있다.
“코로나를 지나며 우울증이나 ADHD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교수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그들의 고민을 ‘토닥’여줄 때, 학생들은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풉니다. 진로 상담으로 시작된 만남이 바이블 스터디로 이어지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이 목사는 세종대뿐만 아니라 가천대와 천안 지역(단국대·백석대) 사역도 총괄하고 있다. 특히 가천대에서는 3~4명의 학생이 매주 모여 학교의 부흥과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있다. 비록 인원은 적지만, 이들의 기도가 캠퍼스 전체를 변화시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하다.

서울대 사역 역시 고무적이다. 협력 교수의 연구실이 거룩한 ‘개척 기지’가 돼 대학원생 중심의 두 개 소그룹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나님을 전혀 모르던 행정직원이 복음을 영접하고 삶의 목적을 재발견하는 등 지성인 사회 내부에서부터 자발적인 회심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숭실대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김병효 간사(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이한글 전도사 부부는 기독교 대학임에도 채플에 반감을 가졌던 척박한 학내 분위기를 기도로 정면 돌파했다. 이 전도사는 “3년 전 교수님 한 분과 학생 두 명으로 시작한 작은 기도 모임이 이제는 36명이 모일 정도로 성장했다”며 감격을 전했다. 특히 성 정체성 혼란이나 세상 가치관에 함몰됐던 청년들이 예배 중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며 치유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들은 현재 BCM의 정식 동아리 등록을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는 등 본격적인 학내 활동을 위한 씨를 뿌리고 있다.

문화와 관계, 척박한 땅에 피어난 생명
지송희 간사가 담당하는 한국외대(글로벌·서울)는 창의적인 접촉점을 통해 불신자들의 심장을 공략하고 있다. 독서 토론 동아리 ‘대감동’은 ‘예수는 역사다’와 같은 서적을 나누며 지적 호기심을 복음의 본질로 연결한다. 지 간사는 한 학생의 간증을 전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작년 2학기, 처음 교회를 찾은 한 학생이 예배 후 기숙사로 돌아가며 제게 말했습니다. ‘언니, 세상은 온통 캄캄한데 지금 제 안에만 빛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고백이 씨앗이 돼 그 학생은 지난해 여름 침례를 받았고, 현재는 매주 바이블 스터디를 통해 다른 영혼을 돌보는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서울 캠퍼스에서도 관계의 상처로 교회를 떠나려던 낙심자가 BCM을 통해 다시 회복되어 셀리더로 헌신하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경희대의 김다인 간사는 지난해 10월 중앙동아리 승격이라는 값진 승전보를 울렸다.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아우르는 정식 단체로서 이번 새 학기 홍보 부스 활동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준비한 100명분의 선물이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김 간사는 “예배를 드리고 진솔하게 기도 제목을 나누는 우리 모임의 분위기를 보고 불신자 친구들이 ‘너희는 도대체 왜 그렇게 밝으냐’며 먼저 다가온다”며, 캠퍼스 내 기독교 문화가 가진 강력한 자생력을 강조했다.

한국침신대와 거점 대학들의 전진
교단의 영적 산실인 한국침례신학대학교(피영민 총장)에서 BCM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김유빈 간사는 예비 사역자들의 영적 야성을 깨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간사는 “신학교 안에서도 기도의 자리를 잃어버렸던 이들이 BCM을 통해 다시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며, “이번 신입생 웰컴 파티에 찾아온 20여 명의 청년이 올여름 키르기스스탄 단기선교를 준비하며 열방을 향한 비전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를 비롯해 강남대, 용인대, 명지대, 성결대 등 수도권 곳곳에서 활동하는 BCM 사역자들은 현재 대부분 ‘알을 깨고 나오는’ 개척의 진통을 겪고 있다. 정식 동아리가 아니어서 강의실 대여조차 쉽지 않고, 때로는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지만 사역자들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하다. 이들은 BTS(Bible Training School)와 DTS 등 BCM만의 강력한 양육 체계를 통해 단순한 회원이 아닌 ‘또 다른 제자를 낳는 제자’를 길러내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기도와 응원이 ‘부흥의 계절’ 앞당겨
BCM의 사역은 이제 막 겨울을 뚫고 올라온 새순과 같다. 이들은 강의실 구석, 연구실 소파, 때로는 캠퍼스 벤치에 모여 예배의 제단을 쌓고 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 할지 모르나, 이들이 뿌린 눈물의 씨앗은 이미 캠퍼스 토양 아래서 거대한 생명력으로 꿈틀대고 있다.
BCM 총무 이근영 목사는 “BCM은 침례교 대학생 운동인 만큼 전국에 있는 침례교회들이 복음의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는 캠퍼스에 다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는 일에 함께 동참하길 소망한다”며 많은 침례교회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캠퍼스 선교의 황금어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물을 던지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기도로 갈고닦고 관계의 그물을 던지는 BCM의 행보는 침례교단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판교=범영수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