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돌탑의 틈새를 뚫고 38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낸 신앙의 절규가 무대 위에 재현됐다. 광야아트미니스트리(광야)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작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은 18세기 프랑스에서 개신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청춘을 송두리째 감옥에 바친 실존 인물 마리 뒤랑의 삶을 통해 진정한 신앙의 정수를 묻는다.
지난 4월 9일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은 작품의 주요 넘버 시연과 제작진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이번 작품은 2013년 초연 이후 한국 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뮤지컬 “더 북: 성경이 된 사람들”을 잇는 종교개혁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광야아트미니스트리 윤성인 총괄PD는 “뮤지컬 ‘저항’은 ‘더 북’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느낌의 작품”이라며 “‘더 북’이 폭발적인 감동을 준다면, ‘저항’은 감정의 결이 켜켜이 쌓여 마지막에 북받쳐 오르는 세밀한 연출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작가, 연출, 작곡, 배우 등 창작진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콩스탕스 탑에 갇힌 여죄수들의 심리적 갈등과 연대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품의 중심 인물인 마리 뒤랑은 19살에 가톨릭 개종을 거부했다는 죄목으로 콩스탕스 탑에 투옥돼 57살에 석방된 인물이다. 감옥의 간수들은 매 끼니 빵을 줄 때마다 “예(가톨릭으로 개종하겠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즉시 석방해주겠다고 유혹하지만, 마리는 끝내 굴복하지 않는다.
광야아트미니스트리 김관영 대표(창작PD)는 프랑스 현지 답사 당시의 경험을 전하며 “감옥 급식구 돌 테두리에 새겨진 ‘레지스테(Registre, 저항하라)’라는 글귀와 마리 뒤랑의 생가 벽난로에 적힌 ‘하나님은 찬송을 받으시라’는 문구가 작품의 뿌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JDM(예수제자운동) 윤태호 목사의 제안과 프랑스 위그노 연구소장 조병수 목사의 학술적 자문을 거쳐 고증의 깊이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오루피나 감독은 비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마리 뒤랑의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했다. 오 연출은 “종교적 신념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그 기나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그 흔들리는 마음과 끝내 지켜낸 의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넘버 시연에서는 감옥의 참혹한 일상을 견디는 죄수들의 기도를 담은 ‘아멘송’부터, 마리의 오빠 피에르 뒤랑 목사의 순교 소식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신앙을 노래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주요 장면이 공개됐다. 38년 만의 석방을 다룬 ‘This Way’와 전 출연진이 합창하는 ‘레지스테’는 압제 속에서도 찬송이 된 위그노들의 영성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전달했다.
김수경 작가는 “마리 뒤랑을 영웅화하기보다 38년 동안 울고 웃으며 성장해가는 평범하고 연약한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이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타협적인 믿음 속에 사는 우리에게 삶의 개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방식에 ‘아니오’라고 외치며 스스로 찬송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인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광야아트센터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예매는 광야아트센터 홈페이지와 네이버 예약 등을 통해 가능하다.
범영수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