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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에 못 올라간 인간 누에들의 최후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누에 농사는 딱 한 달 농사다. 누에알에서 부화되어 뽕잎을 먹을 만큼 먹은 누에들은 더 이상 뽕잎 먹기를 거부하고 섶에 오른다. 섶에 오르는 누에들은 유리 속을 들여다보듯이 투명한 몸뚱이를 지닌다. 그 몸속에는 온통 명주 실크로 충만되어 있다. 섶에 오른 누에들은 제각기 자기 자리를 잡은 뒤 그 입으로 무한히 길고 긴 실크를 뽑아내어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가 마침내 고치 집을 짓고 자기는 그 속에서 번데기로 남는다.


이렇게 하는 작업이 딱 한 달이라서 농부들에게는 단시간에 손질을 올리는 고마운 누에 농사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어놓은 누에집 고치가 매달린 것을 보노라면 흐뭇하고 아름답기도 한대, 그 밑에는 비극적인 지옥세계가 있다. 남이 뽕잎 먹을 때 자기들은 무슨 짓을 했던가.
동료들은 섶에 올라가 집을 짓건만 다른 누에들은 섶에 오르지도 못하고 그 섶 아래서 흐물거리고 있다. 그것들에게는 더 이상 뽕잎 제공도 없다. 때는 이미 늦으리. 애원해도 뽕잎 배급은 없다. 


배도 고프고 힘도 없는 누에 잔존들. 몸 색깔은 누렇게 부패하고 있고 썩는 냄새까지 풍기면서 땅바닥에서 허물거린다. 뽕잎 주던 아낙네는 이 누에들을 빗자루로 슬슬 쓸어 담는다. 그리고 “구구구구”하고 소리치면 방목하던 닭들이 모여들 때 홱 하고 던져버리면 닭들이 이 무슨 별식이냐 하고 잘도 주워 먹는다.
닭들은 굵은 누에라도 몇 번 땅에 내동댕이쳤다가 부리로 찔렀다가 꿀꺽 삼켜버린다. 이런 장면을 섶에 못 오른 누에들의 최후라고 한다. 그럼 인간 누에란 또 무슨 말인고?


내 평생에 처음으로 초등학교 친구를 따라 청량리 노년들의 놀이터에 갔었다. 컴컴한 넓은 홀에 소란스러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영감과 할머니가 맞잡고 소위 댄스를 하고 있었다.
나는 댄스의 기본상식도 없는 지라 두 영감 할머니들이 엉겨 붙어 있어서 허물거리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흥미도 없어 보였다. 수십 쌍이 맞잡고 빙빙 돌고 있었다. 어떤 쌍은 넘어지기도 했다. 어떤 쌍은 넘어지려는 상대를 재빠르게 부추기기도 했다.


‘왜 저들이 저러고 있나? 저 춤에 무슨 의미가 있나? 춤추는 그들은 언필칭 심심하니까, 운동이 되니까’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섶에 못 올라 땅에서 허물대는 때 놓친 누에들만 같았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나의 동료 목사들을 생각해 봤다. 또 그리스도 안의 시니어 남녀들을 살펴봤다. 그들은 모두 힘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살아있었다. 그들은 의미를 지닌 인생 마크를 달고 있었다. 천당과 지옥은 여기 땅에서 이미 시작됐다.


바울은 천국과 지옥행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침은 멸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빌3:19~20)
내가 거기서 지체한 시간은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친구는 오후 4시까지 머문다고 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 행보하는 저 시니어들이 모두 내 눈에는 홀에서 허물거리고 있는 그 작자들처럼 보였다.


*섶-누에들이 최후로 집을 짓도록 얽어매어 놓은 장치, 주로 소나무와 짚으로 구성해서 세워놓은 구조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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