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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살길이다(삼상1:1~20)

이희우 목사와 함께 하는 사무엘서 여행-1

사무엘서는 사무엘(Samuel), 사울(Saul), 다윗 (David)에 이르는 통일왕국의 건설 과정을 서술한 책이고, 핵심인물은 다윗이다. 그래서 제목이 다윗 사이스라엘 왕국사가더 어울릴 것 같지만 히브리 성경이 제목을 사무엘 서라고 한 것은 핵심인물 다윗마저도 하나님의 구원사에 있어서는 한 수단일 뿐이며, 다윗이라는 통일왕국의 절대 왕도 사무엘이라는 예언자의 시각을 통해 그 인생 또는 역사적 의미가 조명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 같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구원사는 한 사람이 받은 은혜로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의 이스라엘 민족 선택이 늙고 무자한(자식이 없는) 아브라함 (Abraham)으로부터 시작되고, 출애굽의 역사도 갈대 상자에 태워 나일강에 버려진 모세(Moses)의 출생으로부터 시작되며, 통일왕국을 이루는 이스라엘 역사도 마찬가지, 자녀가 없어 한 맺힌 한 여인의 탄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어찌보면 한 집안의 일상사 같지만 하나님은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며 당신의 구원사를 진행시키신다. 그저 아이 하나를 낳고 싶다는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상사가 구원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에브라임(Ephraim) 산지 라마다임 (Ramathaim)에 살던 레위자손 엘가나(Elkanah)라는 한 사람의 가정사로부터 시작되는 사무엘서, 먼저 은혜가 살 길이다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찾고 누리는 여행을 출발하기 바란다.

 

은혜, 하나님의 구원사를 잇다

엘가나는 아내가 둘이었다. 한나(Hannah)와 브닌나(Peninnah), 그런데 브닌나는 자녀들이 있고, 한나는 자녀가 없다. 또 한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고, 브닌나는 그런 한나를 질투한다. 마치 창세기의 사라(Sarah)와 하갈(Hagar)과 같고, 레아(Leah)와 라헬(Rachel)의 관계와 같다.

하갈은 이스마엘(Ishmael)이라는 자식을 낳았다는 것 때문에 사라를 멸시했다. 그리고 라헬은 남편 야곱의 사랑을 받지만 요셉(Joseph)을 낳기 전까지는 자식이 없었던 반면에 레아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는 못해도 자식이 많았고 나중에 헤브론 (Hebron)에 남편과 함께 묻힌다.

 

이들을 보면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이 엘가나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질투 때문에 브닌나가 한나를 격분시킨 것이다(6).

하필이면 매년 드리는 제사, 예배드리러 가는 경사스런 날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한나가 울면서 먹지도 않고 괴로워하자 어찌하여 울며 어찌하여 먹지 아니하며 어찌하여 그대의 마음이 슬프냐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냐”(8) 남편이 세 번이나 어찌하여를 연발하며 위로한다.

그는 자식이 없는 한나를 더 불쌍히 여기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대 가부장 사회에서 이 정도면 만족할 법도 한데 한나는 남편이 채워줄 수 없는, 여자로서 꼭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같은 한()이 있다. 생명을 잉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 이 생명 낳는 일은 여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나 이삭(Isaac)의 아내 리브가(Rebekah)는 물론, 다말(Tamar), 요게벳(Jochebed, 모세 어머니), 삼손(Samson)의 어머니, 이방 여인 룻(Ruth), 엘리사벳(Elizabeth) 같은 분들이 다 어렵게 투쟁하며 생명을 얻는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다 은혜였다. 여인들의 고귀한 투쟁이 하나님의 구원사를 잇는 은혜가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여성 1인당 출산율은 6.1명이고, 가족계획이 실시되면서 1964년부터 1967년까지는 5.2, 1968년부터 1971년까지는 4.7명이었으나 1970년대 초반부터 가족계획을 강화시키면서 1984년에는 1.74명으로 떨어졌다.

 

19968월 김영삼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산아 자율정책으로 전환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하락해 2019년 연말을 기준으로 0.90, 출산율이 1도 안 되는 OECD 유일한 회원국이 됐다.

지금은 아예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시대, 생명 잉태를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

오늘 내용의 시대적 배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정착했던 사사시대였다. 왕정이 시작되기 전이고, 중앙집권적 헤게모니가 성립되지 않았던 때이다.

 

나라의 위기 때마다 사사가 등장하여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었지만 백성들은 우리도 이웃 나라처럼 왕을 세워 달라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인간 왕이 아니라 하나님이 왕이 되셔서 평등한 지파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엘가나처럼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 는데 나로 충분하지 않니?” 하소연하시지만 이스 라엘은 한나처럼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집요하게 왕을 구한다. 그래서 결국 왕정제도가 시작된 다. 물론 백성들의 요구를 수용해주신 것은 또 다른 측면의 은혜였다.

 

은혜, 눈물의 기도로 얻다

한나는 실로(Shiloh) 성소에 엎드려 기도한다 (10). 너무 괴로워 통곡했다.

이해인 시인은 눈물은 나를 속일 수 없는 한 다발의 정직한 꽃, 사무치도록 아파와도 유난히 녹아내리는 흰 꽃의 향기라며 눈물은 그대로 기도가 되고, 뼛속으로 흐르는 음악이 된다고 했는데 한나는 여호와 앞에 엎드려 아들을 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다.

칼빈(John Calvin)의 말대로 눈물의 기도를 무기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만일 아들을 주시면 그 아들을 나실인((Nazarite)으로 바치겠다고 서원한 다(11). 브닌나 때문에 너무 분해 억장이 무너져 큰소리도 못 내고 나지막하게 읊조렸던 것 같다.

 

다른 경우처럼 제사를 드리거나 제물을 바친 것도 아니다. 그냥 울부짖다가 서원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엘리(Eli) 제사장은 한나가 술 취한 줄로 오해했다.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14). 그만큼 엘리 제사장이 영적으로 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도가 어떤 슬픔에 빠져 있는지 술에 취했는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뒤를 이어 제사장에 오른 두 아들이 제물을 탐하고 회막에서 일하는 여인과 동침하는 음란한 모습을 보여도 제어하지 못한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도 잘 듣질 못한다.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3:1). 결국 법궤까지 빼앗긴다. 마치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과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엘리를 통하여서도 하나님은 역사하신다는 것이다.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네가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17) 이 한마디에 한나가 달라진다. “당신의 여종이 당신께 은혜 입기를 원하나이다 하고 가서 먹고 얼굴에 다시는 근심 빛이 없더라”(18).

 

아이가 잉태된 것도 아니고, 어떤 기적적인 사인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한나는 확신을 얻는다. 은혜 받은 것이다.

주의 종은 위대함이나 인격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하나님이 쓰실 수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도구일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한나처럼 눈물의 기도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다. 1장은 여러 곳에서 예배했다”(3, 7, 9, 15, 19, 21, 24)는 사실을 강조한다.

 

은혜가 걸어오다

한나의 기도가 응답 된다. “한나가 임신하고 때가 이르매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 이름하였으니 이는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 함이더라”(20 ), 사무엘, ‘하나님이 들으셨다는 뜻이다(27절도 참조). 사무엘은 눈물의 기도로 얻은 은혜의 산물, 드디어 은혜가 걸어왔다.

한나는 사무엘을 젖 뗄 때까지 길렀다. 아마 세 살에서 다섯 살까지 길렀던 것 같다. 그리고 서원했던 대로 사무엘을 여호와의 전에 바쳤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어렵게 얻은 아이였기에 더 많은 기도했을 것이다. 고통은 더 많이 기도하게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한다.

한나의 기도는 어거스틴(St. Augustine)의 어머니 모니카(Monica)의 기도로 계승된다.

 

젊은 시절 불량배들과 어울려 쾌락을 좇고, 도둑질하고 방탕하게 지내며, 정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사생아를 낳기도 하고, 이단인 마니교 (Manichaeism)에 흥취하기도 했지만 어거스틴은 눈물로 기도한 자식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성인 암브로시우스(Aurelius Ambrosius)의 말을 약속의 말씀으로 붙들고 눈물로 기도했던 어머니 덕분에 돌아와 기독교 역사에 찬란하게 빛나는 큰 별이 된다. 한나는 기도로 운명을 극복했다. 하나님은 사무엘 외에 세 아들과 두 딸을 더 주셨다 (2:21). 큰 은혜다. 한나가 아들이 없었을 때 여호와께서 그에게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니”(5)라고 한 것과 임신했을 때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하신지라”(19)라고 한 것은 생명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시라는 뜻이다.

오직 은혜만이 살 길이다. 기도로 운명을 바꾸고 미래를 바꾼 한나처럼 멋진 인생이 되기를 바란다.


이희우 목사

신기중앙교회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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