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기독교 최고 변증가로 불리우는 C.S.루이스의 저서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노회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한 남자를 유혹하는 임무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조카 웜우드에게 쓴 편지를 모은 내용이다. 서간문 형식의 문체를 쓰고 있고 스크루테이프의 살벌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위트가 넘치는 어조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게 읽기 제격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기독교 신앙의 제법 심오한 부분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해설서가 출간됐다. 빛으로교회 황영식 목사의 저서 ‘생각없음’이 바로 그것이다. 책의 제목 ‘생각없음’은 하나님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게 만드는 삶의 구조, 예배를 드리면서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행동, 기도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사람을 비난하는 무심함, ‘무너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무감각’이다. 저자는 이로 인해 신앙이 “나는 교회 다니고 있어”라는 안도감 속에 서서히 식어갈 수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우리는 주로 ‘눈에 띄는 죄’만을 경계한다. 하지만 저자는 영혼을 무너뜨리는 진짜 무기는 ‘거대한 죄’가 아니라 바로 이 ‘생각 없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편안한 믿음 속에 안주하는 이들에게 특히 날카로운 경종을 울린다. 신앙의 연조가 쌓인 성도나 목회자일수록 빠지기 쉬운 교묘한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연조가 쌓인 성도나 목회자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신앙을 수단으로, 정치를 목적으로’ 삼는 태도다. 자신의 신념과 정치적 입장이 복음보다 앞서는 것, “너는 어느 편이냐?”는 질문이 “예수는 누구냐?”는 질문보다 먼저 오는 순간, 교회는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며, 이는 마귀가 가장 바라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 책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깃발’을 십자가 곁에 꽂으려는 유혹을 분별하고, 다시금 복음의 본질을 붙들도록 촉구한다.
수많은 사건 사고와 정신없는 현재를 보내며 믿음과 현실의 양면에서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도 유효한 지침서가 된다. 저자는 영적 전쟁의 핵심이 ‘시간의 영역’에서 벌어진다고 말한다. 마귀는 우리를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에 묶어두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마.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올 수도 있으니까 준비해야 해”라고 속삭인다. 이 유혹은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순종’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 공백에 염려를 채운다. 책은 상상 속의 불안에서 벗어나 하나님께서 요청하시는 “오늘의 양식, 오늘의 순종, 오늘의 사랑”에 집중하라고 강력히 권면한다.
‘생각 없음’은 단순한 고전 해설서를 넘어, 오늘 우리의 안일한 믿음과 분주한 일상을 비추는 ‘영적 거울’이다. 특히 각 장마다 나눔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신앙의 본질을 점검하려는 목회자, 믿음의 관성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성도는 물론, 원작이 어려웠던 이들이나 새신자를 위한 교회 교육용, 선물용으로도 더없이 좋은 책이다.
이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