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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부족함을 채우며 :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전쟁이 빈번할 뿐 아니라 점점 더 잔혹해 지기 시작한 20세기의 사회 정치적 상황은 예술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은 많은 사람들을 전장으로 내몰았고 음악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술 활동을 접고 끌려 나간 전쟁터에서 전사하기도 하고 운이 좋아 생존하여 돌아온다 하여도 신체의 일부를 잃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개인적 비극은 참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을 계기로 괄목할 만한 음악이 만들어 지기도 했었던 것은 황무지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 그런 작품 중에 하나이다. 1차 세계대전은 어느 젊은이의 오른손을 앗아갔다. 전쟁 중에 오른팔을 잃는 대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고마워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피아니스트였고 피아니스트에게 연주할 수 있는 두 손은 또 다른 생명이기에 그에게는 생명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 젊은이가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 1887~1961),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동생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넓은 음역을 다루어야만 하고 또 대부분의 중요한 선율은 오른손에 할당되어진 작품들이 대부분인 피아노의 특성상 더 이상 연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내는 것조차 버거웠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그렇게 세간의 안타까움과 동정을 받다가 잊혀지는 인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포기하지 않았고 피아노 작품들을 왼손만을 위해 편곡하는 작업을 부탁했고 그 작품들로 계속 연주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라벨은 이 불운한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를 위해 자신의 두 번 째 피아노 협주곡을 왼손만을 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에 비해 비어보이거나 부족해 보이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서글픈 재즈의 리듬을 도입해 전쟁의 잔상을 오랜 여운으로 남게 하기도 했다.

 

이런 특별한 의미와 배려를 가지고 만들어진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193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트겐슈타인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이 날은 한 팔을 잃은 불행한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날이었고 죽었던 일부가 살아나는 회생의 날이었을 것이다.

 

이 곡의 처음 시작은 음산한 전쟁의 그림자로 어둡지만 20여분 남짓한 연주 시간동안 서서히 회복되어져 가고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열정과 희열로 고조된다. 후배 작곡가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는 라벨을 가리켜 스위치 시계같은 작곡가라고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뜻이다.

 

이런 탁월함을 지닌 라벨이 불행을 당한 동료 음악가를 위해 도전한 창작물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은 비단 비트겐슈타인에게만 희망을 준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37세에 근육긴장이상증으로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고 그런 그에게 피아노연주를 계속할 수 있게 했던 작품이 바로 이 협주곡이다.

 

한사람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았던 한 작곡가의 마음이 오랜 세월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것이다. 이것이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말만 무성한 박애주의나 지극히 제한적이고 편파적인 사랑 나눔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 남을 돌보려는 작은 배려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말이다.

 

내편이 아니라고 무참하게 짓밟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한 마음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큰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작은 세상도 이런 진정성과 사랑이 기초가 되기를 바라면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다시 듣는다.

 

최현숙 교수 / 침신대 교회 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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