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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네 켤레로 결혼식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지금부터 신랑 홍용표군과 신부 전미숙양의 결혼예식을 거행하겠습니다.” 1981년 11월 11일 오후였다. 시간이 지나자 신랑 신부는 상기된 얼굴로 예식을 재촉했고, 나는 주례사를 40분 넘게 제일 길게 했다. 신부를 데리고 입장하여 신랑에게 인계하고 곧장 나간 사람은  알고 보니 전세방 주인이었다. 신랑의 친구인지 직장동료로 보이는 몇 사람이 뒤쪽에 앉아 있었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줬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날 두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결혼주례를 간곡히 부탁했다. 옛날 첫 번 주례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주례를 쾌히 승낙했다. 일단 새신자라서 산 밑 동리의 집을 찾아갔더니 전세방 살림을 초라하게 했고 이미 아기가 있었던 상태였다. 나의 목회 원칙대로라면 이런 경우에는 교회당에서는 결혼식을 허용할 수 없었다. 예전에 S씨의 경우와 같이 예식장에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들의 사는 형편이 너무 어려워 예식장은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


이 신랑 신부의 사연을 듣고 교회당에서 주례를 허락하게 된 또 다른 동기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인하대학 재학 중에 눈이 맞아 사랑에 빠져 양가 부모들에게 미움을 받아 쫓겨났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에 미쳤으니 부모들이 좋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멀리 부산으로 도망쳐 와서 동거 살림을 차리고 남자는 노동판에, 여자는 공장에 다니며 살았는데 아기까지 낳게 되었다. 아기를 키우려니 생활이 더욱 힘들었지만 아내는 더 이상 맞벌이를 할 수 없게 됐다.
그 후 설상가상으로 여자가 병이 들어 수술을 하게 됐는데, 도저히 가망이 없었고 수술 중에 그만 숨을 거뒀다. 의사들은 갈라놓은 배를 봉합도 못한 채 영안실 관리인에게 연락해 영안실로 옮겨 놓았다. 남편 홍씨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에 아연실색이 되고 말았다. 옛날 교회에 나간 적이 있어 무턱대고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간곡히 울부짖으며 기도하였고 그의 간절한 기도는 응답이 됐다.


죽은 부인은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 자기의 배를 잘 꿰매주는 것을 보았다. 이때 마침 사망을 확인하고 시신을 포장해 안치하려고 의사와 영안실 관리인이 들어오니 죽은 사람이 손을 배에 넣고 창자를 손가락으로 끌어내고 감고 뒤지며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뛰쳐나가 남편을 불러들였고, 수술실로 올라가 도로 창자를 잘 봉합해 수술 후 다시 살아나게 됐다. 나는 그들의 기적 간증에 동정심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그날 복음을 받고 평생 신앙생활을 잘하기로 약속했다. 하나님께서 살려주셨으니 결혼식 때는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 양가 부모님들을 꼭 초청할 것도 부탁했다. 그러나 결국 결혼식에는 부모 친척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마땅히 축하해 주어야 할 부모 형제가 없는 얼마나 쓸쓸한 결혼식이었는지! 지난 목회 중 500여 쌍의 주례 가운데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결혼주례였다.


아내는 강단 꽃꽂이를 잘해 주었고 축가를 불렀으며 나는 장갑 네 켤레를 사서 신랑과 신부, 신부 인도자 그리고 내가 끼고 결혼식을 잘 마쳤다. 부모 친척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도 소외됐으나 주님은 버리지 않으시고 보이지 않게 함께해 주셨다(사49:15). 그 후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 이사를 멀리 간 뒤 소식은 없지만, 그들이 준 감동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고후1:19)께 할렐루야! 아멘!
너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렘2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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