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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다(2)

안창국 목사
라이트하우스고양교회

교회 개척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 교회를 개척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나도 두 번의 개척을 했고, 수많은 목사님들이 교회를 개척하는 모습을 봤는데,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중 하나는 개척 멤버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나마 가장 수월한 개척은 어느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사임해 교회 개척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따라 나오는 성도들이 있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다가 개척하는 경우이다.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흔쾌히 성도들을 개척 교회 멤버로 보내주는 경우는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멋진 담임목사님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도 어찌어찌 몇 명의 성도라도 따라 나와서 교회 개척을 함께해 나간다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 개척은 흔히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부르는 개척이다. 즉 개척 멤버도 없이 개척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래도 관계가 있던 성도들이나, 지인(知人)들 중에 개척 멤버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는 분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개척하는 때가 되면 그 중에 함께 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개척을 준비하는 목사님들에게 개척 멤버로 함께하겠다는 분들의 약속을 너무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정말 함께해 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훨씬 더 많기에 나중에 실망만 더 커지고, 그것이 개척 초기부터 좌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전, 대전에서 처음 개척할 때도 그러했다. 나는 주로 서울에서 사역을 해왔고, 개척 바로 전에는 울릉도에서 담임목회를 했었다. 그러니 대전에서 신학교를 다니는 것 말고는 대전에 연고가 없는 셈이니 개척 멤버로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러저러한 지인들이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교회를 개척하면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 어떤 분도 개척할 때 함께한 분들은 한 명도 없었다. 처음에 내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앞에 두고 첫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그 다음 주에 한 사람을 등록시켜 주셨고, 한두 명씩 전혀 예상하지 않은 분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교회 개척과 성장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번에 개척한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서울 근교에서 개척을 하게 되니 함께하는 개척 멤버가 있을 것이라 내심 기대했었다. 그래서 개척 멤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하자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누구도 개척 멤버가 되신 분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분들이 등록하면서 개척 멤버가 되기도 하고, 그 이후에 등록하시는 분들도 내가 접촉했던 분들이 아닌 분들이었다. 내가 독일에서 20년 가까이 사역하다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한국에서는 소위 경력단절자였기에 자주 만나서 교제하는 성도들도 많지 않았었던 것을 생각하면, 개척 멤버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하나님께서 사람을 보내주셨지 내가 애써서 노력한 사람들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 개척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모여야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개척 멤버를 제대로 구성해 시작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다고 개척 멤버가 없으니 교회 개척을 하기 어렵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사람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말한 것처럼 아무리 개척 멤버를 구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이 정말 개척 멤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회를 개척할 마음이 있고, 하나님께서 교회 개척을 말씀하시는 것이 확실하다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라도 개척을 시작하라고 권면하고 싶다. 그 대신 전세나 월세로 건물을 얻을 생각부터 하지 말고, 주일 예배라도 모일 수 있는 장소만 구해서 시작하면 된다. 물론 가정집에서 먼저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정집은 명확한 개척 멤버가 몇 명이라도 있을 때라면 괜찮지만, 맨땅에 헤딩하듯이 개척한다면 한국적 상황에서는 가정집보다는 그래도 사무실 공간, 세미나실, 카페 등 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훨씬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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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3500여 침례교회 동역자 여러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불철주야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고 계시는 동역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114차 총회는 115차 정기총회를 준비하며 교단의 현안을 제대로 바라보고 우리의 문제와 위기를 직시하며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총회를 비롯해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관련 현안에 대해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로 왜곡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 해석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어, 총회장으로서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침신대가 ‘평가 인증 유예’에 대해 대의원들이 알아야 할까요? 지난 2025년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에서 한국침신대가 ‘인증 유예’ 결과를 받게 됐습니다. ‘인증 유예’라는 생소한 단어 때문에 한국침신대를 사랑하는 모든 침례교 목회자들은 의구심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왜곡된 정보, 제한된 정보, 진영에 입각한 해석에 근거한 정보가 인터넷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침례교단은 과거 왜곡된 정보와 제한된 정보, 진영에 입각한 해석에 근거한 정보로 교단의 자랑이었던 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