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목사(수원빛으로)의 간증집 ‘다시 일어나 걷게 하소서’가 나왔다. 책은 전신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10년 가까이 침상에 누워 지내던 저자가 예수를 만나 절망에서 소망으로 옮겨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었다. 이후의 사역과 치유 간증을 모은 ‘네가 벌거벗은 몸으로 올래?’의 전편에 해당한다.
책은 첫 아이를 낳고 두 달 만에 시작된 통증이 관절을 오그라들게 하고 몸을 새우처럼 굳게 만들던 시절로 독자를 데려간다. 병원을 찾아갈 길도, 의지할 곳도 없던 그는 ‘죽음만이 해답’이라고 여길 만큼 삶의 밑바닥을 통과했다. 그때 마음을 붙든 말씀은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 21:22)”였다.
죽음을 구하던 기도는 한 질문 앞에서 멈췄다. “네가 벌거벗은 몸으로 올래?” 자신만 구원받고 혼자 천국에 가는 일이 ‘벌거벗고 가는 것’임을 깨닫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부르심을 들었다. 그날 이후 그는 간구의 방향을 바꿨다. “다시 걷게 하소서.” 세 평 남짓한 방에서 말씀과 찬양, 기도에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쌓았다. 약속의 말씀을 따라 작은 순종이 이어졌고, 굳어 있던 몸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회복은 개인 체험에 멈추지 않았다. ‘너처럼 병들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라’는 성령의 요청에 순종해, 병자와 낙심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길로 나아갔다. 그 이후의 현장 기록은 후속 간증집에 자세히 실렸다. 반면 이번 책은 죽음의 문턱에서 믿음으로 일어서기까지의 내적 씨름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여전히 손상된 관절로 활동의 제약을 안고 있지만, 처음 받은 소명대로 ‘병들고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소망의 소식을 전하길 바란다. 이 책은 치유의 비법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약속의 말씀을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붙들고, 기도와 순종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지 보여 준다. 믿고 구하라는 성경의 단순한 요청을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때 어떤 열매가 맺히는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히 증언한다.
저자 정인숙 목사는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와 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고, ‘한국크리스천문학’과 ‘창조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와 푸른 초장 문학회에서 활동하며 수원빛으로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