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살림살이 드러난 모퉁이흙 그리운 사람들채전과 꽃밭을 가꾸고 있다스티로폼 상자, 겨우봉숭아꽃 고추모종이 자라고 방울토마토 붉게 익어간다먹고 사는 일이 급했던 시절큰 솥 가득 밥을 짓고작은 솥 가득 국을 끓일 때 부러운 것 없었던 어머니 배고픈 숟가락 부딪치며 밥상머리 한가득 둘러앉았던 형제들모든 것은 뒤돌아 볼 때 의미를 얻는다 농사짓는 것 말고는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가꿀 땅 한 평 없는 도시로 밀려와자꾸만 아래로 쳐지는 나팔꽃 휘청거리는 가는 줄기를 올려주며어둑어둑 터지는 분꽃 농사를 짓는다쟁기질 할 농토를 잃은 아버지굽은 등과 거친 생애의 수고가아직은 더 깊게 갈아엎어야 하기에씨앗 한 알 심으면오래 바라던 둥근 열매를 돌려주는생의 비밀을 알았기에 분내 쏟아지는 골목은 늘 풍년이다 조영순 사모는 좋은책터 굿글로벌 대표다.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슛』등이 있다. 남편 박영 목사와 기독교문화사역에 힘쓰고 있다.
어른들이 말씀하셨지밥을 구름덩이처럼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고 복스럽게 먹으라고깨작깨작 밥 먹으면 복이 달아난다고 요즘 우린 깨작깨작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눈앞 문제 자기 문제에 얽매여,짧은 끈에 묶인 개가 좁은 반경을 빙빙 돌듯 너무 얄팍해진 것이 아닐까?합리주의 네모난 틀로 벽돌 찍어내듯 입에 발린 소리로 성경 구절을 짜 맞추며더 나약해진 것이 아닐까?자기 힘으로 하려는 이들도 바위처럼 무던한데 다이너마이트 복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깨작깨작깨작깨작 가짜는 진짜 같이 살고진짜는 가짜 같이 살고 말로 아니다신학으로 아니다돈 쓰는 것 보면 안다시간 내는 것 보면 안다허허 그놈 복 받겠어밥이 입 속으로 구름덩이처럼 들어가네 할아버지는 말씀하시지 시인은 서울 늘푸른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월간 한국시』로 등단하여 시집 『하얀기도』를 비롯해 수필집, 설교집 등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료발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별명이 어린왕자다.(실제는 크고, 곧 회갑이고, 천국의 평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