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관리소장이 된 목사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 ⑤
신재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그 어려운 개척교회 목사로 어떻게 살려고요.”


부목사 생활을 정리한다. 7년을 함께 했던 성도들, 밤낮 살피던 교회 건물과 시설, 어려운 일을 함께 치르던 동료들과도 헤어지게 됐다. 교회 가족들이 손을 잡고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자격 없는 내게 전해지는 감사 인사에는 민망한 마음마저 든다. 이제 모든 익숙한 것에서 떠나게 됐다. 이렇게 또 걸음이 옮겨지는구나.


이제, 가장 속도 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생겼다. ‘개척지 선정? 개척 멤버? 비전 선포?’ 아니다. 오실 사역자를 위해 얼른 사택을 비워 드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살 집을 찾아야 했다. 하나님께서 조급한 마음을 살피시고 불쌍히 여기셨을까? 재정은 어려웠지만 넓은 집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 개척 앞두고 내 생애 가장 넓은 집에서 살게 될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우리 이런 아파트에서 살아도 돼요?” 


개척교회 목사가 너무 큰 집에 사는 것 아니냐며 아내는 좋아하면서도 불안해하는 눈치다. 그렇지. 주변 시선이 염려도 되겠지. 나 역시 그런 부담은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개척 선물이라며 우리 부부는 금방 재잘거리며 털어버린다. 40세대, 한 동짜리 작은 아파트였지만 우리 가정에 차고 넘치는 집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어서 준비하신 놀라운 선물을 그때까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삿짐이 부지런히 올라간다. 승강기로 이사를 하면 사다리차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사다리차로 이사를 해야 일하시는 분들이 덜 힘들다며 나를 설득했다. 최대한 일하는 사람들 덜 힘든 방식으로 이사를 진행하자는 제안에 나도 공감했다. 사다리차 덕에 빠르게 짐은 올라갔고 숨을 좀 돌리며 우리는 승강기에 함께 몸을 실었다. 


‘관리소장 구함’


손 글씨로 써진 광고지가 붙어 있다. 업무는 주차장 청소와 분리수거장 관리 그리고 관리비 정산과 얼마간의 행정. 급여 80만 원. “해볼까?” 호기심 가득 안고 아내에게 구한 동의. “그러시던가.” 시원하게 응답한 아내. 나는 그렇게 입주민 대표와 만나게 됐다. 지금까지는 여든 가까운 연세의 어르신이 관리를 해왔다는 상황을 전하며 생각보다 젊은 사람의 지원에 흥분하고 반기는 기색이 선명했다. 촉이 왔다. ‘이건 합격이다. 거래를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아파트 측에서 원하시는 업무는 다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비처럼 상주 근무는 어렵습니다.”


당찬 제안이었다. 안되어도 그만이다. 일에 파묻혀서 목회를 못 할 정도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목회를 접을 수 있겠는가. 새로 선임된 대표라는 분이 흔쾌히 손을 잡는다. 합격. 나는 그렇게 작은 공동주택의 관리소장이 됐다. 하나님 참, 나를 묘하게도 끌고 다니신다. 살길은 열어주시는데 편안한 길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계획에 없던 일하는 목사가 됐다.



배너

총회

더보기
온 땅에 평화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11) 주님의 은혜가 우리 모든 침례교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심으로 이뤄진 놀라운 역사입니다. 특히 영원한 심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그 분은 희망의 메시지, 회복의 메시지,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감격의 순간을, 복됨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이 땅의 왕으로 오신 분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셨지만 온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2023년 바쁘고 어려운 한 해를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보내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모두가 참으로 많이 수고하셨고 애쓰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임을 고백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침례교 총회는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단 전체 교회들의 생각과 의중을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