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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아까운데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 ⑦
신재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목사가 나타났다!”


어느 동네, 개척교회 목사님이 길을 걸었다. 거리에 있던 상가 주인들이 속닥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광경이 좀 익숙한데. 맞다! 밤에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불을 켰더니 급하게 숨어버리는 바퀴벌레? 미안한 표현이지만 딱 그 모습이다. 목사님이 나타나자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피하기 시작했다. 그 목사님은 그런 능력의 종이었다. 홍해 앞에 있던 그 백성처럼 내게 이 경험은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하면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개척을 준비하며 가장 큰 고민이다. 어느 동네에서 목격했던 한 목사님의 모습이 내게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지역 주민과 접촉이 있어야 한다. 동네에 교회가 유익해야 한다.’ 내 깊은 고민을 듣던 스승님이 한 마디 던지셨다. “만화 어떠니?” 철학박사요, 여러 권의 책을 내신 분이 내게 ‘만화’를 권하셨다. 역시 스승님은 내 수준을 정확히 보셨다. 지역마다 좋은 인문학 서적으로 채워진 작은 도서관이 많다. 하지만 생각만큼 사람들 방문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중들에게 인문학의 벽은 여전히 높았던 것이다. 


‘그래, 어차피 나가는 월세. 만화방 만들어서 동네 사랑방이 되어보자.’


예배당을 순수하게 종교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얼마나 될까? 특히 개척교회는 더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를 사용하든 월세는 나간다. 몇 명이 앉아 있든 월세는 나간다. 그렇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게 아닌가?’ 개척의 유행을 살펴보니 ‘카페교회’ ‘도서관교회’와 같이 예배당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교회가 있었다. 그리고 ‘가정교회’ ‘사무실, 학원교회’와 같이 모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공동체도 있었다. 나는 어떻게 시작할까? 오래지 않아 고민은 끝났다. 그날부터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목사가 성경보다 만화에 빠져 살기 시작했다.


“개척교회에 무슨 만화? 거 참 이상하네.”


비난, 의구심, 호기심, 기대. 다양한 반응이 앞뒤로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언제나 그랬듯 내 인생을 타인이 책임져 주는 일은 없다. 내가 결정했고 내가 달렸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늘 등을 밀어주셨고 필요에 따라 수습도 해 주셨다. 또 뭔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할 줄도 모르는 엑셀 프로그램을 열어서 보고 싶었던 만화책을 기록하고 정렬한다. 인터넷을 통해 요즘 잘나가는 만화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무슨 마음일까? 가슴이 뛰고 기대가 된다. 부흥을 향한 기대? 아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추억의 만화를 쌓아놓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심장은 달리고 있었다.


열 개 교회가 개척되면 열세 개 교회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시절에 만화방 교회 개척을 준비하며 철없는 목사는 그렇게 흥분하고 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쿵후 보이 친미’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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