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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기고

종착지 없는 곳을 향해 달리는 만리마들

정교진 박사의 북한 바로보기 - 21

어제 어느 교회에서 수요예배 드렸는데, 강사로 온 분이 브라질에서 한인목회를 했던 목사 의 사모였다. ‘건강한 가정’이라는 주제의 강의라 가벼운 마음에 참여를 했었다.
그런데, 그 교회 담임목사가 강사를 소개하면서, 남편되는 목사도 함께 왔는데, 담임목회가 아직 15년이나 남았는데, 사임하고 이제 새로 주신 사명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그 사명은 바로 ‘북한선교’였다.
성공적으로 했던 목회를 가차 없이 내려놓고 북한선교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강사도 그 스토리부터 시작했다. 사임하자마자, 두 사람은 800km의 도보행군을 감행했다.


순례코스는 프랑스 파리부터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까지다. 대략 40일 걸릴 것을 26일 만에 마쳤다고 한다. 새벽녘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걷고 또 걸었다고 한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발톱이 4개나 빠지고, 무릎관절에 이상이오고 탈진해 몇 번이나 쓰러지고 하면서 그 험한 산들을 넘고 또 넘었다고 한다. 왜 그들은 이토록 모질게 극한의 육체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강행군을 해야만 했는가.

그 이유는 단 하나, 온몸을 휘감는 고통 속에서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느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런 고통쯤은 내 동포들이 당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라면서 말이다. 순간, 필자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나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오늘 ‘만리마 운동’이라는 구호아래 온몸이 찢겨지고 뼈마디가 다 닳고, 혹한기 찬바람에 내몰리는 그 주민들의 절규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라는 상념에 빠져버렸다.


김정은은 올 연말에 개최되는 ‘만리마 선구자대회’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북한주민들을 사지에 몰아놓고 있다. 인민들은 혹한기도 아랑곳없이 건설현장, 노동현장, 생산현장에 새벽녘부터 밤늦게까지 투입되고 있다. ‘만리마 속도전’ 아래 만리마가 되어서 말이다.
김정은은 가는 곳마다,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드높이라’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금성트랙터 공장을 시찰하고 이번주(21일)에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1950년 설립)를 방문했다. 자동차기업소가 작년 제7차 당대회 앞서 충정의 노력적선물(북한식표현)로 5t급 화물자동차를 개발했을 때 김정은은 올해의 생산목표를 하달했었다. 기업소 일꾼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말 그대로 전투적 과업, 총돌격전을 벌였고, 지난 9월에 과업을 완수해 이번에 김정은이 확인 차 방문한 것이다. 작년 6월부터 올 9월까지 기업소일꾼들은 불철주야 생산현장에 투입됐을 것이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전투적과업을 심장마다에 새겨 안은 공장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은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불길 드높이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자체의 힘과 기술로 맞받아 뚫고나가면서 과감한 총돌격전을 벌림으로써….”라는 기사와 함께 김정은이 트럭을 ‘만리마시대에 탄생한 귀중한 재보’라고 한 것을 볼 때 얼마나 노동자들의 피땀이 배어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수없는 채찍을 맞으며 달려온 만리마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에게 또 김정은은 내년의 목표치를 다시금 하달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비약의 한길로 줄달음칠 수 있는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주시고….”로 받아들인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쉼 없이 달리는 만리마가 되어야 하는가. 비단, 만리마는 여기뿐만이 아니다.


노동신문 한 사설(22일)에서 “제7기 제2차전원회의 정신을 높이 받들고 미제의 포악무도한 제재압살책동을 단호히 짓부시며 올해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공격전을 맹렬하게 벌려나가고 있다”,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으로 ‘증산투쟁’, ‘창조투쟁’에 박차를 가하여 년간 계획을 초과완수한 단위들이 상당수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볼 때, 북한 전역에서 만리마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또 달리고 있다.


올 연말에 개최될 ‘만리마선구자대회’때 축포를 올리기 위해서 쉼없이 달려야 된다고 종용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이제 시작이다. 김정은은 작년 제7차 당대회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선언했다. 올해가 2년째이다. 아직 만리마들은 3년을 더 달려가야 한다. 그곳이 종착지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목숨이 붙어있을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 할 운명이다. 안타까운 것은 속도를 늦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매년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최대한의 속력을 내도록 채찍질을 해댄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쟁과업과 방도들 제시하며 불철주야의 초강도강행군을 명령하였었다. 5개년계획의 성패는 ‘만리마선구자대회’에서 축포를 터트리냐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최고의 속력을 요구하고 있다. ‘총돌격전’, ‘총결사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패배주의, 보신주의, 요령주의를 떨쳐버리라고 난리법석을 떤다.
농업현장에서는 “한알 한알의 쌀이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고 피눈이 되어 날뛰는 미제를 쓸어버리는 총탄이고 폭탄”이라고 선전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는 만리마들은 더 내달려야 할 것 같다. 2018년은 공화국창건 70년이 되는 해로 올해보다 더 큰 의미가 부여될 것 같다.


어제 그 강사의 말 중에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육체의 고통이 어느 정도 일 때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았어요. 그런데, 극한 고통이 몰려오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를 않더군요.” 무념무상이라는 것이다. 숨만 내쉴 뿐이지 살아있는 인격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종착지가 없는 곳을 향해 만리마가 되어 끝없이 달리는 저 북한주민들은 이미 무념무상에 빠진지 오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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