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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끊다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 ②

 

앞집, 방 한 칸에 혼자 사는 아저씨. 나는 그 아저씨를 ‘농협 아저씨’라 불렀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아저씨가 농협에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 시골살이, 재미있는 게 별로 없었던 내게 자주 놀러 오라는 아저씨 말씀에 민폐인 줄도 모르고 거의 매일 문을 두드렸다. 거기에는 맛있는 빵도 있고 뭔가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르는 라디오가 있었다. 우리 집과 다르게 연탄 따위는 아끼지 않는 훈훈함도 있었다. 뜨끈한 이불 위에서 뒹구는 여유는 어린 내게도 충분한 쉼이 되었다. 최고다.


“재철아, 교회 가보지 않을래?”


함께 교회 다녀보지 않겠냐는 제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인데 두렵기보다는 뭔가 모를 설렘에 냉큼 엄마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주일학교 예배를 참석하게 됐다. 교회는 농협 아저씨 방보다 더 좋았다. 친절했던 농협 아저씨 같은 어른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화장품 향 짙었던 선생님.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은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하시는 분이었다. 뭔가 분위기 있게 양복 입은 부장 선생님. 앞에서 멋지게 노래 부르는 선생님까지. 커다란 종이에 그려진 악보를 보며 큰 소리로 따라 부르던 노래도 재미났다. 교회에서 보고 들은 것을 집에 와서 재잘거리자 엄마는 100원을 주셨다. 예배에는 헌금이 필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남들 다 하는데 가만히 있지 말고 꼭 헌금하라 말씀하셨다. 교회에 다녔더니 100원이 생겼다. 그것도 매주. 


매주 100원 들고 향하는 교회. 중간에 잠시 오락실 들러 50원은 오락 한 판하고, 남은 50원은 헌금하고. ‘엄마 죄송해요.’ 사실 하나님보다 엄마에게 더 미안하다. 마룻바닥에서 나는 것인지, 방석에서 나는 것인지 모를 그 냄새도 참 좋았다.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힘차게 한 곡 부르고 나면 간식도 먹고 몇 명씩 모여 성경을 공부했다. 성경을 공부하는 시간이 내게는 제법 묵직하게 다가왔다. 부모님 따라 교회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설교든, 공부시간이든 늘 장난스러웠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것들. 쯧.


‘아, 믿음이 이렇게 자라는 것인가?’


시간이 흘러
교회 앞마당에 들어서는 내 발걸음은 당당했다. 능숙하게 신발장에 신을 넣고 방석을 깔고 앉아 기도한다. 기도 내용은 별거 없다. ‘하나님, 저 왔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뭔가 대단한 아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보였던 헌금 위원 순번에 들어가게 됐다. 성경공부 시간에 선생님과 나누는 이야기도 많아졌다. 그렇게 교회 생활도 익숙해져 갔다.


교회 다니며 맞는 첫 성탄절, 우리 주일학교는 분주하게 연극을 준비했다. 마구간에 오신 예수님 이야기를 친구들과 함께 연극으로 꾸며야 했다. 각자에게 배역이 주어지는 시간. 별거 없는 아기 예수님 역할, 이 역은 진짜 그냥 누워만 있으면 된다. 그냥 뒤에서 탈을 쓰고 서 있으면 되는 동물들, 동방박사, 목자들, 그리고 요셉과 마리아. 누가 봐도 주인공은 요셉과 마리아다. 최근 교회 인싸로 등극한 나는 배역에 욕심이 생겼다. 요셉까지는 아니라도 박사 역할 정도는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동물 3’


내게 주어진 역할이다. 얼굴도 나오지 않는다. 대사도 없다. 그냥 탈을 쓰고 잘 서 있으면 된단다. 쓰린 속과 다르게 최대한 웃음을 장착하고 첫 연습에 참여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정을 소화한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깐. 그렇게 성탄 행사가 잘 끝나고 나는 교회를 끊었다.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많은 친구와 선생님의 연락에도 더 이상 교회에 가지 않았다. 


‘아, 믿음이 이렇게 별거 없구나.’


에필로그
고향 방문할 때면 조용히 그 교회를 찾는다. 지금은 현대식으로 바뀐 예배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하고, 주변을 괜히 살피기도 한다. 어린 시절 추억 한 자락 있을까 싶은 마음일까? 그러다가 고향 교회 담임목사님을 만나 초등학교 시절 1년 출석했던 주일학교 학생이라고, 지금은 목회하고 있다며 어색한 인사를 드렸다. 그 목사님은 내가 교회를 다닐 당시 부임하신 아주 젊은 목사님이셨는데 지금은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너무 어릴 적이라 이름도 몰랐던 농협 아저씨를 아시는지 목사님께 여쭈었다. 어디 계신지는 모르지만 지금 어느 시골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아저씨가 보고 싶다. 꼭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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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차 선관위, 총회 의장단 후보 출정 예배
115차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홍석오 목사, 서기 윤찬호 목사, 선관위)는 지난 8월 28일 총회 의장단 후보 본등록을 진행한 뒤, 총회 대예배실에서 의장단 후보 출정예배를 드렸다. 이날 총회장 후보 본등록에 기호 1번 디딤돌교회 김선배 협동목사와 기호 2번 공도중앙교회 최인수 목사가 각각 총회장 후보로 등록했으며 1부총회장과 2부총회장은 후보자가 없어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 출정예배는 선관위 서기 윤찬호 목사(우리)의 사회로 선관위 부위원장 이선경 목사(예그린)가 대표로 기도하고 선관위 배정숙 목사(브니엘)가 성경을 봉독한 뒤, 이욥 총회장(대전은포)이 “하나님이 세워주시는 총회”(시 127:1~2)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욥 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펜윅 선교사의 복음 사역으로 세워진 교단이 오늘까지 이어져 온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며 “총회장으로 1년을 섬기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세워주시고 지켜주시지 않으면 우리의 모든 수고가 헛되다는 사실이다. 선관위는 선거법에 따라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도록, 후보는 비방과 고소고발보다 정책을 가지고 교단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