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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목사

고성우 목사
반조원교회

나는 지난해 가을에 안검하수수술(처진 눈꺼풀을 쌍꺼풀을 만들어 끌어올리는 수술)을 했다.

50대가 될 무렵부터 서서히 처지기 시작한 눈꺼풀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처지고 미관상으로도 피곤하고 졸린 것처럼 보여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라는 염려 섞인 말을 듣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그대로 두면 시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수술을 결심한 것이다.


수술을 받고 부기가 어느 정도 빠진 후 사람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반응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목사님 젊어지셨네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30대 중반인 36살 즈음에 이미 그냥 젊어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회춘했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30대 초반에 발병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오진해(여러 병원과 의사들이 진찰과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넘게 치료를 못하고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간이나 신장 같은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온몸이 붓고 혈색은 누렇고 근육은 힘을 잃어 공을 차도 70 노인이 차듯 힘이 없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피부는 거칠어졌다. 그렇다고 앓아눕거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목회는 계속했다.


그러다가 제대로 약을 먹고 좋아지니 지방회 동료 목회자들이 “고 목사님 회춘하셨네요.”라며 축하해줬다. 나도 공을 뻥 차보면서 내가 다시 젊어졌음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이제 우리 나이로 60이 됐지만 목사가 몸을 많이 쓰는 일도 아니고 평소 운동을 즐기지도 않는지라 내 몸의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것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게다가 흰 머리카락도 나지 않다가 근래에 몇 가닥 나는 정도인지라 내가 나이 먹어 중년의 막바지에 달하고 있음을 별로 실감하지 않고 있었다. 노안이 오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안검하수 수술 후 젊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내가 늙어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겉 사람이 낡아지는 것 즉 사람이 늙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늙는다.’라는 것을 각성하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나는 23살 때 어느 날 문득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강렬하게 깨달은 적이 있다. 단순히 지적으로 인식한다는 정도가 아닌 온 몸이 전율하듯 각성한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라는 존재와 삶이 어떤 무게를 지니게 되는지를 느끼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뭐 그런 거다.


이제 나는 60 즈음에 서서 다시 한번 내 삶이 어떤 무게를 지니게 되는지 생각한다. 이제 나는 늙어가는 목사, 늙은 목사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내 앞에 먼저 걸어가신 인생 선배 목회 선배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들은 나의 아름답게 늙어감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골에서 목회만 하다 보니 여러 목회자들을 가까이에서 뵙고 교제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잘 아는 분이 없으니 안다고 해도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어느 특정한 분을 ‘아름답게 늙어가는 목사’로서의 롤 모델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러 경우를 종합해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은 무엇일지를 생각해 봤다. 이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 세세하고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몇 가지 기본 줄기는 생각할 수 있었다.


“나이가 깡패다.”라는 세상 말이 있다. 나이가 권력이고 권위라는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진리는 아니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로 여겨진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나이는 상당한 권력이나 권위로 작동하고 있다.


목회자 세계에서도 그렇다. 본인이 나이를 내세우지 않아도 후배들이 알아서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 그러나 본인이 나이를 권위로 생각하고 권력으로 사용하려는 순간 그것은 추하게 된다. 오히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렇게 대하며 존경할 부분이 있다면 존경을 표한다면 그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예전부터 있던 은어지만 요즘 들어 유행하는 말 중에 “꼰대”라는 말이 있다.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나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가르치려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권위주의를 거부하려는 젊은이들 속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성도들을 가르치는 일이 주된 일 중에 하나인 목회자들에게 남을 가르치려는 것은 때로 습관처럼 작동할 수 있다. 그 습관이 생각 없이 젊은 후배들에게 작동되는 순간 꼰대 목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려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권위에 대한 미련도, 자기가 발휘하던 영향력도, 사람들에게 받던 대우에 대한 욕심도 다 내려놓아야 한다. 앞 물이 흘러가고 뒷 물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하나님이 정한 자연의 법칙이다. 아름답게 늙는 것은 자신은 흘러가게 두고 뒤에 오는 물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것이다. 앞 물이 흘러가지 않으려 하면 흙탕물만 일어날 뿐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훗날 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성형외과 의사를 ‘의느님’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손을 빌려 아무리 외모를 젊어 보이게 만들어도 늙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겉 사람은 낡아져도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진정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리라. 속사람이 새로워지려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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