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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고-2

사모행전-12
김창삼 사모
순천교회(정대기 원로목사)

둘째 아이를 임신했지만 빚쟁이에게 쫓겨, 오산리금식기도원으로 도망가고 금식에 금식을 거듭하던 어느 날부터 몸이 탱탱 붓고 숨이 차고 심장이 조여 왔다. 예정일을 1주일 남겨두고 부산 침례병원에 갔다. 치료해야 출산할 수 있다고 이대로는 나도 아이도 위험하다고 어찌 이렇도록 임신부를 놔뒀냐고 남편을 나무라시는 의사의 말에 입원했지만 병원비를 마련할 길 없으니 막막하기도 했다.


치료도 못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둘째가 태어났지만 아기도 입원하고 산모도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내 입에 죽을 떠 넣으면서 정신을 차리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겨우 눈을 떠보니 남편을 만나게 해주신 목사님과 사모님이셨다. 동짓날이라 팥죽을 가지고 와서 먹이셨던 것이다.


하나님 은혜 가운데서 사랑의 손길을 통해 병원비 일부를 보내셨고 침례병원의 많은 배려로 무사히 치료받고 아기와 함께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해서 그 추운 동지섣달에 천막 한 켠에 합판으로 막아 방이라고 겨우 살고 있으니 어찌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겠는가? 길 건너 이웃 장로교에 다니는 성도들이 천막 교회 사모가 출산했으나 먹을 것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돈을 모아 성미를 모으고 소고기 한 근과 미역을 사가지고 오셨다. 까마귀를 통해 엘리야를 먹이신 하나님의 돌보심을 미련하고 무능한 종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내시는 것을 체험했다. 


천막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니 두 아이가 건강하게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잘 자라줬다. 눈보라 치고 찬 바람이 불어대면 길 건너편 주택 아주머니들이 우리 아이들을 염려하며 날이 새기만 기다렸다가 천막 지퍼를 열고 아이를 안고 나가면 그제서야 안심의 숨을 쉬며. 침례교회의 아기들을 보면 진정 살아 계신 하나님이 보인다고들 했다.


어느 날 선배 목사님이 오셔서 사택과 생활비가 보장된 곳을 추천해 주시겠다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남편은 사모에게 물어보고 대답하겠다 하고 저에게 물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려거든 혼자 가세요. 나는 저 어린 학생들을 두고 아무리 좋은 조건이 있어도 갈 수 없네요. 주변에 크고 좋은 교회들이 많이 있지만 어른들은 우리를 이단이라고 비판하고 배척하는데 저 어린 학생들은 순수하게 복음을 받아 들이고 다 찢어진 천막 교회에 날마다 모여 기도하고 철야하고 릴레이 금식하면서 교회가 세워지기를 기도하는데 어떻게 저들을 버리고 갈 수 있어요? 우리가 내 가정 살겠다고 천막교회를 걷어버리고 떠나면 저들은 지금껏 믿어 왔던 하나님이 죽은 하나님이 되어 버릴 거예요. 나는 저들을 버리고 갈 수 없어요.”


남편 목사님은 단호하게 말하는 나를 보면서 전화하러 기쁘게 달려 나가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밥 안 굶고 살겠다고 우리 자식들 고생 안 시키겠다고 그들을 버리고 천막교회를 접어 버렸다면 이 노년에 하나님께 얼마나 부끄럽고 한이 맺혔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5년 후에 남편은 순천에서 가장 싼 땅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덕람동 골목 끝, 맨 구석진 언덕 밑에 박힌 막다른 작은 47평이었다. 남편은 그 땅 주인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하고 먼저 그 땅을 이전해 준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땅값을 갚을 수 있게 하자고 기도했다.


사람의 계산 법으로는 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의 기적은 이뤄졌다. 남편의 간곡한 설득에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땅 주인의 마음을 감동하게 해주셨다. 남편이나 저나 아무도 믿는 사람 하나 없는 우상의 가정에서 온갖 핍박을 받으며 오직 구원의 기쁨을 전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 하나로 개척해 결혼하고 밤낮으로 기도하며 전도하며 단 한 번도 후회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쉼없이 달려왔다. 부족하고 미련한 종들을 통해 하나님의 귀한 일꾼들이 세워졌다. 목사로, 선교사로, 사모로, 충성된 성도로 많은 헌신자들을 세워주셨다. 44년 변함없이 주님의 한 지체로 서로 보듬고 신뢰하며 머리되신 주님의 몸된 성전을 오늘까지 함께 받들어 오신 귀하신 성도들과 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는 자녀들을 세우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린다.


순천교회의 오늘이 있기까지 기도와 사랑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사모 세미나를 통해 교단의 여러 사람을 만나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시간까지 아직도 진행 중인 미완성된 기도의 제목들을 놓고 거룩한 결실이 맺어지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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