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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10)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11
백정수 목사
더가까운교회

존 로스는 조선어(한글)를 몰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고려문에서 조선인들을 만나더라도 복음을 전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 청년의 이름은 ‘이응찬’이었다. 이응찬은 무역 상인으로 조선에서 물건을 배에 싣고 중국(청나라)으로 가려던 중, 압록강에서 풍랑을 만나 모든 재산을 잃었다. 비록 그는 겨우 살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과 허탈감 속에서, 고향에도 못 돌아가고 하루 끼니를 동냥하며 고려문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려문에서 서양 종교를 전하는 양인(洋人)에게 가면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응찬은 배고픔에 존 로스를 찾아온 것이다. 


존 로스는 행색이 초라했던 이응찬을 보고, 더구나 그의 사정을 듣고 참으로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당시 존 로스는 당시 이응찬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록해놓았다. 


“중인계급(中人階級)에 속하는 사람 하나가 배에 물건을 싣고, 고려문(高麗門)으로 오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다가 그만 갑자기 강한 서남풍(西南風)을 만났다. 그 배는 전복되었고, 물건은 물속으로 잠겨버렸다. … 물건 임자는 목숨은 건졌지만, 알거지가 됐다. … 비참한 환경에 놓여 있을 때, 그 사람은 나를 만났다. 나는 그 때 조선어를 몰랐기에 조선어 선생(先生)을 구하는 중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만남이었다. 내가 조선 선교를 위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을 때, 하나님은 이응찬을 만나게 하셨고, 이응찬은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나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하셨다.”(J. Ross: 'dawn in Corean' The Missionary Review of the World 4. N.S. 1890. p240-250)


이응찬은 존 로스의 조선어 선생이 되기로 약속하고 존 로스에게 조선어를 가르쳤다. 훗날 그는 성경 번역에도 참여했는데, 그러다 결국 그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주님을 창조주이자 구원자로 고백하고 침례를 받게 됐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그는 존 로스와 함께 서양 선교사들을 위한 한글 교재(Corean Primer)를 만들었으며(1877), 이어서 1882년 한글 최초로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와 ‘예수셩교 요한복음젼셔’를 번역하는데 일조했다, 


당시 비참한 상황 가운데 있던 이응찬이 존 로스 선교사를 만난 장면은, 누가복음 15장의 두 아들의 비유가 생각난다. 비유에서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돼지우리에서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를 먹으며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쥐엄 열매를 먹고 있는 그 순간에도 탕자는 아버지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아버지께로 언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됐는가? 그가 먹고 있던 쥐엄 열매조차 빼앗길 때였다. 그때 그는 비로소 고향의 아버지가 생각난 것이다. 쥐엄 열매를 빼앗겼기에 그는 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만약 쥐엄 열매를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는 돼지우리에서 사는 비참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쥐엄 열매를 빼앗긴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은혜였던 것이다.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이에 스스로 돌이켜 이르되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여기서 주려 죽는구나“(눅15:16~17)   


압록강에 모든 것을 잃고 상심에 빠진 이응찬은 얼마나 속상하고 비참했을까? 그런데 그가 만약 압록강에서 풍랑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자신의 물건들이 바다속으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가 존 로스를 만날 수 있었을까? 존 로스를 통해 복음을 들을 수 있었을까? 풍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일평생 무역을 하면서 살거나, 양목(洋木)에만 관심이 있던 다른 상인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존 로스를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존 로스 안에서 행하시는 창조주이자 구원자인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얻었다. 


따라서 인생에서 쥐엄 열매를 빼앗기고 잃어버릴 때는 저주가 아니라, 은혜다. 누가복음 15장의 둘째 아들처럼 마침내 아버지께로 돌아갈 수 있는 은혜이다. 하나님을 만난 이응찬의 인생은 변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한글로 최초로 번역하고, 한글 번역 성경을 조선으로 갖고 들어오는 위대한 사역에 일조하는 복된 인생으로 살게 됐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게 만드시는 역전의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가 이응찬의 인생에 작용한 것이었다. 설사 우리 인생에서 쥐엄 열매를 빼앗기고 잃어버리는 상황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속상해하지 말자, 오히려 그것은 역전의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며, 비로소 역전의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가 임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응찬이 존 로스를 도와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어느 날,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계속>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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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사회봉사단 강릉지역 사랑의 생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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