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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이야기(2)

이재순 목사
예일교회 원로

평양 김일성대학 운동장에 갔는데 약 1000명(?)이 모여있었다. 거기서 하룻밤 지내고 다음날 오전 급하게 부대 편성을 하는데 나는 몇 대대 중화기 소대 분대장에 임명됐다. 그 때 시간이 오전 11시쯤이었다. 잠시 후에 점심 먹고 군복이 나오면 입고 훈련장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공습경고도 없이 갑자기 그 때 별칭 ‘호주쌕새기’ 미군 전투기 몇 대가 날아와 약1000명 모인 그 운동장에 무섭게 기총사격을 해댔다. 그러자 장교고 교관이고 없다. 모두 나 살려라 뿔뿔이 도망치고 흩어진다. 나도 물론 정신없이 도망쳤다. 한 참 달리다 보니 보통강 옆에 수수밭이 있다. 그 수수밭에 엎드려 전투기의 기총사격을 피했다. 물론 많은 청년들이 기관포에 맞아 죽었다.


몇 분 후 그 무서운 폭격은 지나가고 고요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다시 그 운동장으로 가나 아니면 여기서 도망쳐 집으로 가나. 그런데 집으로 도망쳐 가고 싶은데 내가 그 부대 편성할 때 우리 집 주소를 그대로 적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 주소로 찾으러 오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가야 하나 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숨어 있던 청년이 나를 보고 ‘야, 너 새마을에 사는 재순이 아니가?’ 나는 그 청년을 잘 모르겠는데 그는 나를 알아보고 나를 끌고 집으로 같이 도망가자는 것이다. 그 형은 바로 아랫마을에 사는 분이었다. 그이는 나에게 천사 같은 형이다. 나는 엉겁결에 그 형을 따라오는데 곳곳에 경비초소가 있어서 정말 조심조심 잘 피해서 길을 가야 했다. 평시 거기서 우리 집까지 걸으면 5시간 거리이다. 그런데 경비초소를 피해서 길을 가다 보니 시간이 얼마 걸렸나? 낮 12시쯤 출발했는데 그날 밤을 지내고 이튿날 훤히 밝아올 때 집에 도착했다. 밤에 산으로 논두렁으로 걷는데 얼마나 피곤한지 정말 졸려서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러면 논의 물로 머리에 퍼부어 적시고 걸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집에 오니 아버지 어머니가 어찌된 일이냐며 야단이다. 옥에 갇혔던 베드로가 천사들의 도움으로 풀려나 신도들에게 갔을 때 신도들이 깜짝 놀라며 유령인가 한 것처럼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어리둥절하셨다. 나는 우선 날이 밝기 전에 피해야 한다고 약 1km 떨어져 있는 우리 밭(조밭)에 가서 숨어 있었고 어머니가 밭에 일하러 오면서 밥을 가지고 오기로 했다. 나는 또 조심 조심 날이 채 밝기 전에 밭에 나와 밭 한 가운데서 먼저 한 잠잤다. 조금 후에 어머니가 밥을 가지고 오셔서 밥을 먹고 탈출 과정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집에 도망쳐 오긴 했지만 그 부대에서 찾으러 올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도 한 달 지나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아, 그날 폭격에 많이 죽었으니 누가 죽었는지 몰라서 찾으러 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래서 최선의 전략으로 잘 숨어 있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마을 인민위원회에서는 내가 군대 간 것으로 되어있고 군부대에서는 찾으러 오지 않으니까.


이제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매일 날이 밝기 전 아직 어두울 때 조밭에 나가서 낮을 보내고 밤 어두운 때 집으로 들어와서 부엌에서 밤을 지내기로 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 잘 지냈는데 가을이 되면서 밭의 조를 추수하게 되니 더 밭에 숨어있을 수가 없게 됐다.


아마 9월 말 쯤 일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셨다. 북한의 농촌 집 부엌 아궁이는 겨울에 불을 많이 때기 때문에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다. 그래서 부엌 아궁이로 내가 들어가서 한 쪽 구석 토담을 호미로 파서 나 하나 들어갈 만큼 방(?) 공간을 만들고 낮에는 그 속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으면서 소변도 요강을 가지고 들어가서 아궁이 속에서 봐야 했다. 공간이 물론 좁았다.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었다. 밤에라도 혹시 무슨 일로 우리 집에 사람이 오면 누이동생이 아궁이에 불을 집혔다. 그런데 아궁이에 불을 집혀도 큰 불이 아니면 연기가 굴뚝으로 빨려 나가지 아궁이 구석 내 방까지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면서 나도 힘들었지만 아버지 어머니 가족들은 얼마나 긴장되고 초조하고 힘드셨을까? 그래도 한 번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잘 지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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