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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박종화 목사의 가정사역-22

이혼숙려기간에 부부 상담을 통해 많은 부부가 이혼하려는 생각을 접고 부부치료를 통해 원상회복이 되거나 부부관계가 회복되도록 노력한다. 이혼을 생각하는 대부분의 부부들은 모든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부 상담을 통해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원가족으로부터 자신과 배우자의 상처를 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렇게 되면 배우자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 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생긴다.


갈등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찾아오기 마련이다. 왜 너는 나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느냐는 것이다. 나의 기준은 항상 객관적이라고 하면서 사실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기에 상대방의 기준을 이해하거나 수용할 수 없다. 그러기에 갈등은 유지되고 강화된다. 이제는 갈등을 그냥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도망가거나 대충 덮거나 피해서도 안 된다. 갈등은 여전히 남아 계속해서 서로를 괴롭힌다. 그러므로 갈등은 해결이 될 때까지 서로 접촉하고 협상해야 되는 것이다. 갈등은 크거나 작거나 관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과정 중에 하나다. 갈등이 없는 것이 기능적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에 의해 자신의 자아경계선을 지키지 못한 자녀가 복종(굴종)을 하는 형태라면 겉으로는 갈등이 없는 것 같지만 역기능의 상처로 인하여 갈등을 느끼는 기능 자체가 망가졌다고 보기에 역기능적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사람 사이의 갈등은 크거나 작거나 존재하며 갈등이 있을 때 갈등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순기능적이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 중 누구나 자아경계선이 침범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기주장들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만들어 내는 갈등이라면 가족체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적인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건강한 갈등은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건강하고 원만한 소통으로 말미암아 서로의 자아경계선을 지켜지고 존중되면서 생산적으로 갈등을 해소 시킬 수 있기에 전체적인 가족체계는 더욱 순기능적이 되고 그 결과로 서로 만족하게 된다. 


부모가 싸울 때 구석에서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자녀가 아니라 당당하게 부모에게 싸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며 자신이 많이 불안하고 두렵고,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을 하는 아이가 건강한 아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표현을 잘하는 아이의 부모는 잘 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건강한 아이의 부모도 건강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부모 자체가 건강하고 일치형의 부모이기에 잘 싸우지도 않고 건강하게 소통을 할 것이며 그러기에 그들의 자녀도 건강한 소통으로 분명한 자아경계선을 갖게 되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대로 자기표현을 못하는 아이의 부모는 잘 싸운다는 것을 역으로 유추해 낼 수 있다.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상처 입은 아이들은 감정이 오염되고 자아경계선이 무너져 자기표현을 할 수 없게 된다. 갈등은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고 갈등을 대하는 가족의 체계가 기능적이냐 역기능적이냐가 중요하다. 만일 가족체계가 역기능적이라면 기능적인 체계로 바꾸어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부부싸움은 단지 배우자간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배우자와 결혼하기 전에 자신과 배우자는 자신들의 부모(원가족) 밑에서 기능적이든 역기능적이든 가족체계에서의 영향을 받았기에 부부싸움은 부부당사자들의 원가족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완벽한 가족은 없다. 크거나 작거나 역기능적인 가족체계에서 받은 상처는 결혼을 하고서도 계속 작동을 한다. 그래서 원가족 가운데서 받은 상처로 인하여 갖게 된 ‘수치심’은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배우자에게 고통을 주는 원인이 된다. 이들 부부의 싸움은 다시 자녀에게 대물림이 되어 자녀가 성장해 결혼을 했을 때 마찬가지로 부부간의 갈등과 부부싸움으로 재연된다. 그러므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직면이 필요하다. 상처 입은 내면 아이에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상처를 씻고 진짜 자기를 찾아 성인이 된 자신의 내면에 치유된 건강한 참 자기를 안착시켜 현재 성인으로서의 참 자기가 바로 기능을 하도록 하여 자신과 가족이 다 같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어떻게 찾느냐 그 방법을 묻는다면 상처 입은 내면 아이는 과거도 아니고 무의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상처 입은 내면 아이는 현재의 나로서 존재한다. 이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상처 입은 내면 아이는 성인이 된 현재의 시점까지 여전히 살아서 그 고통을 가지고 어린 시절에 받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썼던 그 당시의 가면을 지금도 쓰고 살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내 안에 상처 입은 내면 아이가 나로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처 입은 내면 아이, 또는 상처 입은 성인 아이라고 부른다.


부부싸움에 대한 몇 가지 지침을 알아본다. 

 

첫째, 상대방을 공격해 이기려는 대신에 자기주장을 한다. 
자기를 주장하는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며 자신과 상대방의 자아경계선을 서로 지켜 주는 것이다. 자기주장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소통의 길로 안내한다. 그 주장이 맞으면 인정을 하게 될 것이고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과정이 진행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고 꼭 누구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입장에서는 누구의 주장이 옳을 수 있고 다른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옳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 주장이 옳지만 다른 주장도 어느 정도 옳을 수도 있기에 흑백논리처럼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해 내는 것은 역기능적이다. 그러므로 순기능적인 부부관계는 서로 다른 입장과 다른 성격, 서로 다른 독특성을 인정하고 타협할 줄 안다. 

 

둘째,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말하는 아이-메시지(I-massage)로 대화한다. 
유-메시지(You-massage)는 “왜”, “당신”, “ 때문에” 등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때 많이 쓰이는 단어는 공격형의 말이다. 반면 수비형인 아이-메시지(I-massage)는 자신의 느낌, 견해, 그리고 생각을 말한다. 자신의 생일날 밖에서 만나기로 한 남편이 약속 장소에 오래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못 만나고 집에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왜 안 왔어?”, “좀 늦게 도착했는데 당신이 안 보이더군”, “그걸 말이라고 해?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들리네?”, “누가 당신이 잘못했다고 했어? 난 단지 회사 일로 좀 늦었을 뿐이라고”, “그걸 변명이라고 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어?”, “회사 일로 좀 늦은 것이 그렇게도 잘못한 일이야? 난 단지 사정이 있었다고”, “사정? 내 생일보다도 더 중요한 사정이라는 것이 뭔데?”…위 대화는 무척 답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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