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시절의 이야기다.
갑자기 한 수용자로부터 면담 요청이 들어왔다. 정식으로 만나겠다는 의사 표시이며 그래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를 꼭 만나달라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대부분 수용자는 무슨 문제가 있어서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화 중에 마시게 될 커피 한 잔이 그리워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피 한 잔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 어떤 상담자보다 문제해결의 능력이 탁월한 것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커피 한 잔 마신 후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기쁜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이 수용자는 방을 옮겨달라는 것이었다. 도무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방을 옮겨주지 않을 경우엔 사고를 쳐서라도 징벌 사동인 독방으로 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면담을 요청 한 수용자는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수용자는 뭔가 느낌이 달랐고 몸까지 허약한 상태라 보안과와 상의한 끝에 본인의 의사대로 독방으로 옮겨줬다.
나는 그 후로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를 찾아가 기도해 줬고, 성경책도 방에 넣어줬다. 놀라운 것은 일주일 만에 그 성경책을 일독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시 원래의 방으로 보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수갑을 풀어달라고 하며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피를 흘리면서 까지 자신을 알아달라고 객기를 부리던 수용자였다.
하지만 그는 성경을 통해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이렇게 고백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독방에서 만나게 됐다. 어젯밤은 하루 종일 울면서 회개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이제는 그 하나님만을 섬기며 살겠노라”고….
한 생명이 주님을 만나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그 날을 생각하면 하나님은 참으로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캄캄한 독방에 그에게 빛으로 찾아오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우리는 복음의 사역자로 귀하게 쓰임 받는 일꾼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복된 삶을 살아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