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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떼의 조직을 배우세요

“하늘 붓 가는대로”-91

1950년도를 전해서 우리나라에는 거지떼들이란 무리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고난과 6·25 전쟁의 전란에서 생겨난 동냥패들의 모임이 거지떼들이었다. 나는 그때 십대 청소년으로 그 거지떼의 모습을 유달리 새겨보는 지혜를 가졌다고 할까! 나는 그들의 삶의 조직과 패턴을 자세히 검토한 것 같다.

그들에게는 일정한 조직의 패턴이 있었다. 보통 10여명의 거지들이 한 떼가 되어 동냥을 하고 다녔다. 그들은 어느 동네 누구네 집에 길사(吉事)나 장례일이나 제삿날을 꼼꼼히 기억했다가 그 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가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지만 당당히 동참한다.


그들의 조직을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왕거지 대장이 있고, 규율을 지키는 규율부장이 있고, 재무(?)를 관리하는 재무부장이 있고, 동네마다 길사흉사 등 대사가 있는 가구의 일시 주소를 챙기는 섭외부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여기 부장이라고 한 것은 내가 지금 임의로 붙인 이름이지만 직분만은 꼭 그런 것 같다.

가령 섭외부장이 어느 집 잔치집에 들어간다. 다른 거지 양반들은 잔치집에 얼씬도 못하고 저 동네 한 모퉁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조용히 좌정하고 오직 섭외부장 한 사람이 잔치집에 들어가서 거지 인원보고와 거지 모인 장소를 가리킨다. 그리하면 잔치집의 집사는 알았다하고 다른 일꾼들을 시켜서 거지 섭외부장이 말한 곳으로 떡과 국수, , 과일 등을 잔뜩 실어다가 공손히 공궤한다. 이 때 거지대상이 나와서 “Thank you!”하고 정중히 인사하고 거지대장의 사모님(다른 거지들은 부인 동반이 안됨)도 나와서 잘 먹겠다고 한 마디 한다. 개인 거지가 개별적으로 잔치집에 출입하는 예가 없고 만약 그런 규정을 위반할 경우 그 거지는 규율부장에게 호되게 벌을 받는다.


예전에 방영된 바 있었던 코미디 연극 봉숭아 학당이 있었다. 그야말로 선생도 선생의 권위를 못 지키고 수강 학생도 제각기 자기 잘난 멋에 한 마디씩 떠들다가 종이 울리면 수업 끝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치는 많이 모자라는 바보들의 수업광경이다. 거기엔 조직이 없다. 질서가 없다. 리더가 없다. 마치 구약시대의 사사기 시대 같다.

교회에도 목양지의 권위가 소위 평신도 수준이다. 제자훈련이니 셀 목회니 평신도 목회니 하는 운동들이 생겨서 디모데전후서에 있는 성경의 목양은 낡은 사문서가 되고 있다. 지금 목회자 없는 교회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무슨 놈의 목회철학 방법이 그렇게도 많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신약성경의 목회서신대로만 해도 훌륭한 목회양태는 유지되고도 남는데.

이런 여러 국면의 무조직 무질서를 보노라니 그까짓 옛날 거지떼들의 조직만도 못한 것 같아 거지떼의 조직을 배우세요!”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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