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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의 자식들아!

최선범 교수의 신약 원어 산책 – 1

최선범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신약학

어느 한 교인이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개새끼”라로 했다며 이집 저집에 다니며 성토를 했다. 듣는 사람마다 “목사님이 욕을 해서는 안 되지! 하나님 말씀만 전해야지!”라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건의 전후 실체는 이랬다.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한 예화의 서두에 “옆집 개가 새끼를 일곱 마리를 낳았는데 개새끼들이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는 말을 했다. 이해력이 부족해서 온 사소한 말로 시작되었지만 한 목회자를 욕쟁이 목사로 만들었다. 잘못 듣고 잘못 말을 전하는 작은 실수로 인해 교회 안에서도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실수! 그러나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그의 책 ‘정신분석학 입문’에서 “성적 리비도”나 “꿈”에 대한 주제보다도 먼저 맨 첫 장에서 ‘인지왜곡’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즉 비정상적인 사람은 잘못 듣고, 잘못 말한다는 것이다. 잘못 들은 것을 말하기 때문에 왜곡된 말을 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인지왜곡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가위질해 버리고, 듣고 싶은 말만 잘라 모으는 고도의 편집기술을 통해 ‘거짓을 진리로,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켜 듣는 이들의 마음을 현혹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의도적으로 잘못 듣고 잘못 말하는 사람들이 예수의 시대에도 있었다. 예수 당시에도 진실을 보면서도 거짓으로 둔갑시키는 고도의 편집자들, 즉 왜곡된 인지능력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바리새인들이었다.


예수는 바리새인들의 마음에 독이 가득 찬자들이라고 지적하기 위하여 혹독한 말투를 사용하셨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을 “독사의 자식들아”(마 12:34),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마 23:33) 탄식하시며 그들이 받을 임박한 진노와 미래에 당할 지옥 형벌의 심판을 선언하셨다. <원어 성경에는 gennh,mata evcidnw/n(겐네마타 에키드논, 독사들의 자식들아)가 마태복음 12:34과 23:33에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역개정판에서는 12:23에서는 “독사의 자식들아”로 23:33에는 “독사의 새끼들아”로 다르게 번역했다. 원어성경의 마태복음 23:33에는 o;feij( gennh,mata evcidnw/n 오페이스 겐네마타 에키드논, 뱀들아 독사들의 새끼들아)으로 되어 있다.>
침례 요한 역시 당시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을 향하여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마 3:7)라고 오늘날 설교자들이 입에 담기 어려운 독설을 내뿜은 듯하다.


정말 침례 요한과 예수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바리새인들에게 분이 서린 욕설을 퍼부었을까? 시편 58편을 통해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의 독은 뱀의 독 같으며 그들은 귀를 막은 귀머거리 독사 같으니 술사의 홀리는 소리도 듣지 않고 능숙한 술객의 요술도 따르지 아니하는 독사로다”(시 58:4~5).


사람 목숨에 치명상을 주는 독을 품은 독사도 능숙한 요술사의 말을 듣고 훈련을 받으면 말을 잘 듣는 순한 뱀이 된다. 모세의 시대에 바로 왕 앞에서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지팡이를 사용하여 뱀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뱀을 훈련시킬 수 있었다(출 7:11~12).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의 놀라운 기적과 자비의 행위를 거절할 수 없는 신적 계시를 들으면서도 사건을 왜곡하고 잘못 들음으로 인해 자신들의 마음은 왜곡한 언어들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 되어 있었다.


“독사의 새끼들아!”란 욕설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의도적으로 왜곡함으로 거절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학적 관용어이다. 누가 독사의 새끼들인가? 독사의 새끼들은 악행을 행하는 자들이다. 요한계시록에는 행동으로 범하는 악행들 중에 유일하게 말로 짓는 죄 하나를 포함시킨다.


바로 거짓말 하는 죄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아니하는 자들과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음행하는 자들과 점술가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거짓말하는 모든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지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계 21:8). 거짓말 하는 사람은 “독사의 새끼”로 하나님의 나라에서 추방되어 영원한 불못의 지옥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21:27; 22:15) “독사의 새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자녀로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 매일 물어야 하는 기도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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