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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폭풍의 소나타

 

해마다 여름이 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장마기간이 아닐까? 장마와 함께 태풍도 오고 또 겨우 장마철을 무사히 지났다 싶으면 불볕더위와 씨름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과해야 곡식이 영글고 과일이 잘 익어 가을의 수확을 풍성하게 한다는 자연의 이치와 보상을 기대하며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이유 없는 어려움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견딜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려움 뒤에는 항상 상급을 주시는 하나님의 법칙에 감사할 수 있다.

 

그런 감사함으로 장마기간을 잘 통과하고 여름을 거뜬히 이겨야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마음이 눅눅해지는 때가 있기도 하니까 그럴 때 젖은 마음을 보송보송하게 말려줄 수 있는 마음의 제습기가 필요한 기간이다.

 

젖은 마음을 닦아낼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해 보다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폭풍(Tempest)이라는 피아노 작품을 떠올렸다.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라고도 불릴 만큼 위대한 작품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32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17번째의 작품이 바로 폭풍 소나타이다.

 

이 작품을 처음 대한 지인이 베토벤에게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작곡했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대신 셰익스피어의 소설 폭풍을 읽어보라는 말했다는 일화에서 생겨난 제목이다. 베토벤이 단순하게 소설의 줄거리를 음악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인생의 많은 만남 속에서 생겨나는 사건들과 그것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헤쳐가야 하는 삶의 굴곡에 대한 작곡가의 상념을 담은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시각이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악장은 문자 그대로 요란하고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 같은 소리들로 가득하다. 후 폭풍과 같은 2악장은 서정적인 선율과 그것을 꾸짖기라도 하는 듯한 상반된 거친 표현의 대비도 인상적이지만 이 작품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마지막 결론 부분인 3악장이다. 폭풍을 다 겪고 난 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는 3악장은 표면적으로는 슬프고 허전한 듯도 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암시되는 희망과 긍정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는 대부분의 베토벤 작품의 결론으로 등장한다. 아무리 참기 어려운 절망을 노래하면서도 끝부분은 희망으로 귀결되는 것이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거센 폭풍이 지나가면 찬란한 태양이 더 빛나게 되는 것처럼, 검은 구름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햇살이 주는 기대감 같은 긍정과 희망은 베토벤의 음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교향곡이 작곡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희망을 향한 베토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베토벤의 개인적은 상태는 결코 자유와 그로 인한 환희를 노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음악가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화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절망적이고 어두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세상의 모든 소리로부터 차단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더 고상하고 위대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를 통해 자유함이라는 희망을 찾았기에 작곡할 수 있었던 음악이 바로 합창교향곡이다.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절망 속에서도 자유 할 수 있고 그 자유를 통해 기쁠 수 있는 것, 그것은 곧 믿음의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어려움을 겪는 자신만을 보며 그 절망에만 갇혀 있기 쉬운 우리들의 연약함 때문에 기쁠 수 없는 것뿐이다.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은 아침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아침이 찬란할 수 있는 것은 어두웠던 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침을 허락하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어두운 밤도 주관하신다는 것이 우리가 의지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희망의 근원이며 은혜이다.

 

베토벤은 이런 놀라운 비밀을 알고 있었던 작곡가였을 것으로 짐작케 하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 폭풍을 들으며 장마에 축축해진 마음을 말려본다. 그리고 베토벤이 보았던 그 찬란한 희망이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의 여름을 조금은 수월하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본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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