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태어나 살아온 평생의 날이 백일 조금 넘은 사내아이가 이용실에 생애 최초로 이용을 하러 왔는데 무려 세 사람이 동원됐다. 아이 엄마가 가운을 입고 아이를 안았고, 이용사가 아이의 머리카락을 깎는 동안 다른 미용사는 아기 시선을 끌려고 재롱을 부린다.
도리도리 까꿍,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가 방긋거린다. 문득 궁금했다. 도리도리 까꿍이 무슨 뜻일까? 뜻이 있기는 할까 말이다. 우리 선조들에게는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육아법이 있는데 바로 ‘단동십훈(檀童十訓)’이 그것이다.
‘단동십훈’은 ‘단동치기 십계훈’의 줄임말로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라고 한다. 즉, 0~3세까지 육아를 하는 방법이 담겨있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알아 진리에 순응하며 인간의 참 도리를 알고 살라는 교훈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데 비록 단동십훈이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담겨있는 내용은 놀랍게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어린이 놀이 육아법으로, 도리도리, 곤지곤지, 잼잼, 짝짝꿍으로 모두 한자이다. 나를 포함하여 이런 놀이들이 ‘단동십훈’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나씩 뜻을 살펴보자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기를 어르는 ‘도리도리’는 ‘길 도(道)’자에 ‘다스릴 리(理)’자를 쓰고요. 까꿍은 ‘각궁’에서 나왔는데 ‘깨달을 각(覺)’, ‘몽 궁(躬)’자이다. 풀어보자면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겨났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왼손 바닥 가운데 찍는 동작을 하는 ‘곤지곤지’는 ‘하늘 건(乾)’, ‘땅 지(地)’를 쓰는 ‘건지’에서 나왔는데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으면 천지의 무궁무진한 조화를 알게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두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잼잼’은 ‘지암지암’에서 왔다.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것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고, 또 아기 아빠들을 보면 아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세우는 시늉을 하는 것을 ‘섬마 섬마’라고 하는데 이는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 굳건히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아이가 위험한데 가는 것을 ‘애비 애비’라고 하는데, 이것은 한자 ‘업비 업비’에서 왔다. ‘일함에 있어서 도리와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되짚어보면 철학적이라고 할 만큼 모두 좋은 뜻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 좋은 말들을 많이 듣고 자랐었다.
며칠 전에 몇 몇 분들과 함께 진도와 그 주변의 조도 그리고 대마도를 둘러 볼 기회를 가졌었다. 거기에 친히 가보기전까지는 ‘열악하겠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섬 교회의 실상은 한 목회자의 청춘과 진액을 쏟아서 온 몸으로 버티고 있는 버거움 그 자체였다.
진도에 계시는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섬지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섬 교회의 대부분이 미자립 상태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이고, 가장 큰 애로점은 목회자 자녀들의 양육과 학업문제라는 말씀이 아직도 쟁쟁하다.
하늘의 큰 도리에 의해 이 땅에 태어났음을 깨닫고, 그 받은 바 사명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아가면서 온 몸으로 살고 있는 그 분들과 그 교회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진정한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개별적으로 지역의 상황을 이용하여 농사나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것 뿐 아니라 마음의 감동을 따라 보내주시는 선교헌금과 지역특산물과 도시교회의 직거래가 미자립 교회의 자립화를 가져오는 작은 방안이 아닐까 싶다.
‘하늘의 도리에 의해 생겼음을 깨달으라’는 ‘도리도리 까꿍’,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으면 무궁무진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곤지곤지,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으라’는 잼잼,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라’는 ‘섬마섬마’의 경지에 얼마나 이르러가고 있을까 생각하는 오늘이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