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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전쟁의 소나타

우리들의 영적 전쟁을 위하여…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있었던 7월이었다. 방송 매체를 통해 낯선 나라에 와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살리고 그들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젊음과 생명까지도 기꺼이 나누어 준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전해들을 수도 있었던 기회였다.

 

또한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 소중한 희생으로 산 오늘을 감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인류 역사는 많은 전쟁들을 기록하고 있다. 예술사를 살펴보면 이런 전쟁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문학과 음악 분야가 가장 많은 산물을 창조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작곡가들은 다양한 기법으로 전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를 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전쟁은 인간에게 두렵고 충격적인 경험이며 감정의 깊은 곳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 작품에서 전쟁 소나타라고 분류되는 프로코피에프의 작품들이 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지만 스탈린의 공산체제에서 많은 정치적 압박을 받았던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그토록 싫어했던 체제의 독재자 스탈린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이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술조차 정치적 선전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싫어 망명을 해보기도 했지만 타국에서의 낯선 생활에 지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표면적으로는 스탈린 정권과 맞서지 않으면서 자신의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작곡가였다.

 

그런 프로코피에프가 독일이 소련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불안한 시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즈음에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세 개의 소나타, 6, 7, 그리고 8번의 피아노소나타들은 프로코피에프의 내면의 고뇌와 예술적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스탈린 정권은 소비에트 정부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주장하며 이것을 검열이라는 강압적인 과정을 통해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방법으로 프로코피에프는 자신의 음악적 기초인 서유럽의 전통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세 곡의 전쟁소나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내용을 보면 다양한 은유적인 표현을 빌려 인간의 자유의 가치와 서정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이 세 개의 피아노작품들을 통해 전쟁이라는 재앙에 대한 작곡가의 감정이 전달되어 진다고 할 수 있다.

 

프로크피에프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전통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무시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서정으로 표현하며 자유를 향한 보다 높은 차원의 이상을 바라보려고 한다. 이런 점들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그의 음악을 가치 있고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현재의 상황이 전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는 영적전쟁 중에 살고 있다.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 흐려지고 유일한 하나님이 세상이 만든 많은 신들과 동일하게 취급받는 종교다원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예수라는 유일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절체절명의 국면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영적 전쟁은 프로코피에프가 견디고 극복해야 했던 이념적 갈등보다 더 치열하고 절실한 싸움이라고 하겠다.

 

평생을 두고 쉼 없이 계속되어질 이 영적 전쟁을 위해 절대적인 가치 확립이 필요하다. 프로코피에프가 정치적 억압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가치를 보존하며 독특한 음악적 언어를 창조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향한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과 열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과 열정이 있다면 이 시대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다짐과 함께 프로코피에프의 전쟁소나타를 음미해 보면 색다른 문화 체험이 될 것 같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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