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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가을의 선물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부르는데 가장 적합한 계절이 가을이 아닌가 싶다. 가을은 우리 모두를 시인이 되게 한다. 가을은 삶을 돌아보게 하고 기도하게 한다. 가을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곳곳에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이다.

 

단풍의 색깔을 가만히 보면 세상의 그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존재의 기간이 안타깝게 짧기 때문이다. 단풍이 드는가 싶으면 어느새 낙엽이 되어 사라지는 단풍은 본체인 나무와의 마지막 이별을 위한 치장인 듯 하다.

 

겨울을 위해 헌 옷을 벗어 던지는 나무들의 마지막 치장, 그것이 단풍이 아닐까? 나뭇잎들은 조금 있으면 낙엽으로 떨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헐벗은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하지만 그 마지막 이별은 참 예쁘다.

 

화려한 단풍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하며 아름답게 이별하는 나무의 몸체와 잎의 모습이 가을을 쓸쓸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게도 한다. 마지막이기에 더 절실하게 표현되는 아름다운 빛깔의 단풍을 바라보며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소개한다.

 

항일시인 윤동주선생의 유작인 서시에 작곡가 이용주씨는 자신의 음악언어를 통해 선율을 덧입혔다. 음악은 시의 깊은 속내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라를 잃은 깊은 슬픔 가운데에서 자신의 신념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피하지 않았던 결연하고도 맑은 정신이 이 한 곡의 노래를 통해 더 분명하게 전달된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기상이 담긴 가곡 서시를 들으며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진리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손해 보기 싫어서, 내 것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는가? 고작 작은 것을 얻기 위해 예수님을 잠시 숨겨두고 적당히 타협하는 비겁함이 있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이익이 보이면 지금까지의 동료도 외면해 버리는 무자비함을 서슴없이 행하기도 한다. 그것을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지혜라고 포장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부조리함을 위장한다.

 

평화와 화합을 앞세워 믿음의 절대성을 타협하기도 한다. 어쩌면 진리이신 예수님 곁에 있는 것은 세상의 잣대로 볼 때 배타적이라 비난 받을 수 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독선적이라고 따돌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는 길은 고독하고 험난한 길이었고 시인 윤동주는 그 길을 묵묵히 가면서도 별을 통해 희망을 노래했다.

 

잠시 마음속에 있는 진실을 숨기면 건질 수 있는 목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생에서의 생명보다 더 귀한, 포기할 수 없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또 자신의 조국과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그 맑은 영혼을 닮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기에 결점과 약점이 없을 수 있겠나마는 적어도 영원히 썩지 않을 진리를 위해 작은 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신앙의 양심이 우리 안에서 박동하면 좋겠다.

 

이해관계에 의한 결집이 아니라 진리의 갈망과 수호라는 대의로 하나된느 신앙 공동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기도와 함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날, 귀퉁이에 조용히 앉아 우리의 가곡 서시를 들으며 찌꺼기 낀 마음을 청소해 보는 것도 어떨까? 우리의 신앙의 자세가 좀 더 결연해 지는 가을이 되기 위하여, 잠시 있다가 떨어질 단풍마저 아름답게 단장시키시는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계절이 되기 위하여...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최현숙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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