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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겨울밤에 부르는 노래:쇼팽 녹턴 20번

 

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인 구정이 지나가면 겨울은 그 절정을 향해 간다. 매서운 겨울바람과 눈보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위축되는 계절이 겨울이다.

 

또한 겨울은 밤의 길이가 늘어남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 일상이 조금은 더디게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겨울이 오면 몸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무거워지기 쉽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생의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겨울에 비교하기도 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는 때가 되면 자신의 삶에 밤이 왔다고 표현한다.

 

인생의 겨울밤, 듣기만 해도 참 쓸쓸하고 고단한 표현인데 이와 유사한 마음을 나타내는 성경의 말씀들이 있다“. 밤에한나의노래를기억하여 마음에 묵상하며 심령이 궁구하기를시편 776절에 나타난 시편 기자의 마음은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을 밤이라는 수사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때때로 이런 절박한 겨울밤이 찾아오곤 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문제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 겪는 어려움으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 누구도 나의 상황을 돌아보는 이가 없을 때도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할 때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어두운 밤이 올 때 절망하며 넘어져 있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고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렇게 삶 속에 정적과 어둠이 짙은 겨울밤을 지날 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음악이 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하는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의 녹턴 중에서 20번이다.

 

쇼팽은 야상곡, 즉 밤의 음악이라는 제목의 피아노 작품을 21곡을 작곡했다. 21곡의 작품 모두가 자기 성찰의 깊은 감성이 녹아 있는 음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20번은 간절한 선율과 감성의 깊이로 사람의 깊은 내면에 파고드는 힘이 있는 음악이다.

 

쇼팽의 나이, 30세에 작곡한 이 작품은 그의 생전에는 출판되지 못하고 쇼팽 사후에 출판 된 작품이다. 이 시기의 쇼팽은 조국 폴란드를 떠나 망명해야 했고 건강도 그리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상념과 고뇌를 음악으로 표현했고 그런 그의 음악적 승화는 오랜 세월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수 년전, 많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자신의 음악으로 인해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피아니스트로 재기하는 감동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이 음악이 사용되기도 했다. 인생의 긴 밤을 지나가고 있는 어는 음악가의 고된 삶을 예고하는 이 애절한 선율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음악도 바로 이 작품이다.

 

이 겨울이 그리 버겁지 않아도 쇼팽의 피아노 음악과 함께 인생의 깊은 밤을 준비하고 자신을 단단하게 바로 세우는 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지금이 삶의 춥고 긴 겨울밤을 지나고 있는 때라면 쇼팽의 음악과 함께 기도의 불을 지펴 보는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낮에는 여호와께서 그 인자함을 베푸시고 밤에는 그 찬송이 내게있어 생명의 하나님께 기도하리로다”(시편 428)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우리들의 고백이 되는 겨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인생의 밤이 찾아와도 생명의 하나님께서 우리 편이시라면 그 밤은 그리 길고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황량하고 추운 겨울을 지나가더라도 생명의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면 그 겨울은 그저 춥기만 한 정체된 시간은 아닐 것이다.

 

추울수록, 밤이 깊을수록 기도의 불길을 지피고 그 불길을 간직한다면 그 어떤 추운 겨울밤도 거뜬히 이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것이 혹독한 겨울밤을 지날 때라도 우리들의 유일한 고백이기를 소원하며 쇼팽의 녹턴을 다시 들어본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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