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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23)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

기독교로 개종한 후, 피터스(이삭)는 선교사로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신학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영적 스승이자 지도자인 알버터스(피터스) 선교사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알버터스 선교사는 단순한 신학적 교리 교육을 넘어, 성경 해석과 설교, 교회사, 선교학의 기초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지도를 통해 피터스의 신앙과 지식을 세심하게 다듬어 줬다. 당시 나가사키에는 몇몇 개신교 선교사들이 함께 운영하는 소규모 성경학교가 있었고, 피터스는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신학적 기반을 쌓아갔다.


정통파 유대인 청년이 침례를 받고 개신교인이 됐다는 소식은 나가사키를 넘어 규슈 전역, 더 나아가 일본 전체에 복음을 전하고 있던 선교사들에게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사역하던 헨리 루미스 선교사는 피터스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미국 성서 공회(American Bible Society) 일본 담당 총무로, 후에 일본 최초의 장로교회인 요코하마 제일장로교회(요코하마 시로 교회)의 초대 목사로 섬기게 되는 인물이다.


루미스는 피터스를 만나기 위해 요코하마에서 나가사키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다. 현재 기준으로도 차로 14시간이 걸리는 그 거리를, 복음과 사람을 향한 열정 하나로 달려온 것이다.


헨리 루미스는 피터스에게 ‘권서인’(勸書人)으로 사역할 것을 제안했다. 권서인은 미국 성서 공회에 소속되어 성경이나 복음서를 전하며, 사람들에게 성경을 읽도록 돕는 사역자였다. 영어로는 Colporteur라 불리며, 이는 프랑스어 ‘col(목)’과 ‘porteur(운반한다)’에서 유래한 말로, 목이나 어깨에 봇짐을 걸고 책을 운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에 한자 ‘권할 권(勸)’을 더해,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 성경을 ‘권하는 사람’이라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 당시 일본에서도 권서인의 활동은 매우 활발했다. 루미스는 피터스가 권서인으로 조선에 들어가 사역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훗날 조선 땅에 들어온 권서인들은 ‘복음 궤짝’을 짊어지고, 부르튼 발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비며 성경을 보급했다. 그들의 사명은 단순한 전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도록 이끄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권서인들은 100~150권의 성경이 담긴 봇짐을 메고, 하루 평균 100리(약 40km)를 걸으며 영혼을 찾아 나섰다. 깊은 산골짜기까지도 마다하지 않았고, 산적이나 맹수, 혹은 눈보라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감수해야 했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한글을 가르쳐 성경을 읽게 했고, 돈이 없는 이들에게는 곡식, 생선, 달걀, 옷, 성냥 등 무엇과도 성경을 바꾸어주며 복음을 전했다. 누구에게나 성경을 권하고, 예수님을 만나게 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날 대한민국 복음화의 마중물이 됐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이때, 오히려 인간다움, 진정성, 영적 갈급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술은 진리를 전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그 안에 담길 복음의 내용과 생명력은 여전히 사람을 통해 전해져야 한다.


이제 한국교회가 다시 깨어나야 할 때다. 새로운 시대의 언어와 기술을 품고, 디지털 광야로 나아가야 한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향해 말씀을 권하고, 희망을 전하며, 진리를 살아내는 AI 시대의 권서인이 돼야 한다. AI(인공지능) 시대의 권서인들을 교육하고 배출해야 한다. 그 초석을 우리 침례교단이 담당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음에 계속)

백정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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