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삶의 상처들이 치유되는 음악의 힘


세월호의 침몰로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꽃봉오리들이 망망대해에서 힘없이 꺽여져 버린 엄청난 현실 앞에 우리는 모두 경악하고 절망하고 울어야했다. 사실 같지 않은 현실을 눈앞에 보며 어른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어른이라는 것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들이다.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하고 밝은 옷을 걸치는 것마저 죄스러운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가 되어야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하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원망하고 자책하는 반성의 시간들과 대면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국가적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근원적 힘은 부활에 대한 믿음과 소망일 것이다. 이 생명의 끝이 영원한 끝이 아니고 이 세상의 이별이 곧 영원히 볼 수 없는 이별이 아니라는 믿음,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 다시 만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없다면 비극의 슬픔과 절망 속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절망과 슬픔을 뛰어넘는 소망의 힘! 우리는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는 소망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 마음 깊이 체험하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힘든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하는 중에 헨델(George Frederic Ha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부활이 떠올랐다.


헨델하면 교회음악의 명작 메시아를 떠올리게 되는데 헨델의 말년에 작곡된 불후의 대작 메시아의 초석이 된 작품이 바로 헨델의 나이 23세에 작곡된 부활이다. 당시의 작곡가들은 예수님의 수난 사건을 대본으로 한 오라토리오는 많이 작곡했지만 부활이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성경에는 음악을 위한 대본을 만들기에 그리 충분한 자료가 부족하고 무언가를 첨부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많은 작곡가들이 기피했다고 보인다. 그러나 젊은 헨델은 이 작업을 감행했고 작품의 초연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대본은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은 상상의 내용으로 신학적 측면보다는 문학적 측면에 비중을 둔 작품이다. 3부로 되어있는 메시아와는 달리 2부의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의 내용은 고난당하시고 육체의 죽음을 경험하는 예수님이 루시퍼와의 대결하는 1부의 내용과 지옥의 권세를 이긴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 마리아와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알림으로 루시퍼가 패배하는 장면들이 2부를 채운다.


2부에는 오라토리오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예수께서 나를 위해 두려움 없이 죽음을 택하셨네라는 소프라노 아리아가 있다. 막달라 마리아가 노래하는 이 아리아는 희망과 절망, 부활에 대한 믿음과 의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리아의 심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믿음으로 슬픔을 이기고 담대하게 용기를 가진 신앙의 사람으로 변화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 처절하게 우는 마리아에게 빈 무덤은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 하는 신앙의 결단을 요구했고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온 마음으로 믿음으로 결연한 믿음의 길을 갈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리며 자신의 믿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 있는 마리아의 부활 신앙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된 이 노래는 절망을 이기는 유일한 힘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5월이 다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왔다. 삶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게 우리를 억누르더라도 죽음의 권세를 다 이기신 예수님이 주시는 힘이라면 거뜬히 우리 앞의 어려움을 헤처나갈 수 있지 않을까? 헨델이 음악으로 표현한 부활의 빛이 우리 모두에게 비춰지면 절망이 소망으로 변할 수 있기에 이 놀라운 축복이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치유의 빛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또 다시 사신 그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신다는 확신이 우리 모두를 이 깊은 슬픔에서 건져낼 뿐 아니라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의 음악, 헨델의 오라토리오, “부활을 간절한 기도와 함께 소개한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