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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한 침례교회의 견해 평가(2)

Analysis of Baptists’ Views on “the Dialogue with Other Religions”


두 번째 천년 기간에는 근대문명과의 만남을 경험했다고 한다. 근본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신학적 갈등이 생긴 시기였다. 이제 세 번째 천년 기간에 기독교는 세계종교와의 만남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 번째 천년 기간에 기독교의 과제는 세계종교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반응 중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타종교와의 대화이다.

타종교와의 대화는 종교학의 발달과 신학의 세속화 현상에 따라서 논리와 힘을 얻고 있다. 존 힉(John Hick)이라든지 폴 니터(Paul Knitter), 칼 라너(Karl Rahner) 등이 나서서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과 타종교에 익명의 그리스도의 존재 가능성 등을 논하게 되면서 더 이상 타종교가 개종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대화와 인정의 대상이라는 신학적 인식이 등장하게 됐다.

특별히 가톨릭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비기독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으로 타종교와의 관계 개선을 천명하고 타종교와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 교황청 종교 간 대화 평의회(Pontifical Council for Interreligious Dialogue: PCID)를 설립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종교 간의 대화를 종교와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이해하는 본질적인 요인으로 보게 하였다. 이 공의회에서 내놓은 문헌들 중 종교 간의 대화를 장려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는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비기독교에 관한 선언, 종교자유에 관한 선언 등을 들 수 있다.

19651028일 공포한 기독교와 비기독교 종교의 관계에 관한 교령에서 공의회 교부들은 비기독교 종교를 완전히 새롭고 긍정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이 종교들 안에 있는 참되고 거룩한 것을 존중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또 상호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타종교 신봉자들에게도 형제적 사랑을 가지도록 촉구했다.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큉(Hans Kung)우리 시대의 종교적 상황에 대한 삼부작 작업의 마지막 부분에서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국가 간의 평화는 없다. 종교 간의 대화 없이는 종교 간의 평화도 없다. 지구적 차원의 윤리적 표준 없이는 종교 간의 대화도 없다고 주장하며 세계윤리 구상의 기초를 종교 간의 대화에 놓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도 타종교와 기독교 신앙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면서 타종교와의 대화를 급속히 발전시켰다. 타종교와의 대화에서는 스탠리 사마르타 (Stanley J. Samartha)와 같은 학자가 세계교회협의회 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968년에 개최된 WCC의 웁살라 제4차 총회에서는 최종 선언문에 대화에 대한 항목을 포함시켰다. 1970년대에 세계교회협의회는 사마르타를 책임자로 해서 다양한 타종교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실제적인 신학적 동의나 결론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시도로 인해 점차 세계교회협의회 내에서 타종교와의 대화는 중요한 사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91년 캔버라에서 열린 WCC 7차 총회에서는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시크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가톨릭 등 15개 종파지도자들을 초청해서 모든 프로그램에 동참하도록 하기도 했다.복음주의 그룹은 처음부터 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복음주의는 기독교 복음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수했기 때문에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점차 복음주의 그룹에서도 종교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대화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오히려 배국원의 분석에 의하면 최근 보수주의 신학자들이 종교다원화 상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저술을 활발하게 하고 있고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물론 대화에서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에 대해 보수신학자들은 명백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대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

오늘날 점차 대화는 선한 것이고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좁은 마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비난당하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가 타종교와의 대화에 소극적인 것은 타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적개심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대화라는 개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릭 샤프(Eric Sharpe)가 종교 간 대화의 정의를 4가지로 나눈 것은 유용해 보인다.

논증적 대화(discursive dialogue)와 인격적 대화(human dialogue), 세속적 대화(secular dialogue), 심층적 대화(interior dialogue)이다. 논증적 대화는 타종교의 종교적 전통을 배우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하는 대화이다. 타종교인과 만나서 공통의 질문을 가지고 토론하면서 상호 오해를 해소하고 다른 종교 전통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다.

샤프는 어떤 효과적인 대화도 최소한 초기에는 논증적 대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이런 목적의 대화는 실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점차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면서 굳이 타종교인을 대면하지 않고도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면하여 대화하는 것은 실제적인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익하다고 평가된다. 타종교와의 대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논증적 대화의 차원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격적 대화는 타종교 전통의 신앙과 행습을 단순히 지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타종교를 인격적으로 긴밀하게 실제 경험해 보려는 시도이다. 타종교에 대한 단순하고 실제적인 지식을 구분하면서 더 나아가 타종교인의 신앙에 들어가서 나와 너’(I-Thou)의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이다.

윌프레드 캔크웰 스미스는 종교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며, 주체적이고 변화하는 상황 가운데 특별한 사람들 속에서 경험하는 매일 매일의 살아있는 삶의 관계라고 하며 이런 대화를 강력 지지한다. 인격적 대화의 목적은 상호 신뢰와 용납이 있는 나와 너의 관계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이 믿고 이해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자신의 전 이해를 넘어서려는 노력이다.


이현모 교수

침신대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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