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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산책 104> 당직(當職)


목사가 되기 전 K.T10여년 간 근무한 적이 있다. 1주에 1번 정도는 회사에서 밤 근무를 해야 했다. 당직자는 그 밤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외곽 순찰도 돌고, 야간 업무가 잘 돌아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평온하기만 하던 교회가 여기 저기 잡음이 일어나고 어수선 해지면, 권투에서 소나기 펀치가 날아올 때 잠시 덕킹 모션을 취하고 잔뜩 구부리듯 젊을 때는 지체 없이 금식기도로 난관을 극복했다. 지난 주간 나홀로 교회 본당에서 당직하기로 했다. 늦은 밤에 기도하시는 몇몇 여자 집사님들이 목사님이 함께 자리를 지켜 주시니 든든해서 좋다고 반긴다.


주보에 실린 교회 목장별 기도제목과 교회 학교별 기도제목을 읽어가면서 중보기도도 하고 스마트폰, 아이패드, 전원잭, 리시버를 준비해서 앞서가는 목사님들의 설교도 듣고, 성경 통독 앱을 열어 들으니 은혜 충만이다. 05시에 문을 열어 잔잔한 음악을 틀고 05:30 새벽 예배가 시작되기 까지 조용한 묵상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니 많은 시간이 여유롭다.


첫날은 장의자에 누웠다가 비좁아 떨어지기도 했는데 다음 날 부터는 접철의자를 붙이니 추락(?)할 염려가 없어졌다. 미국 여행 14시간 지루한 비행기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들이 1등석에 누워가는 사람들이다. 긴 장의자에 누우니 비행기 1등석에 뭐가 부러울까 싶었다.


장의자에 누워보니 IMF 때 이 교회당 짓느라 마음 졸이던 생각이 난다. 황량한 벌판, 이 동네 아파트 60%가 미분양이고, 금모으기 할 때 난 겁없이 20% 가까운 높은 이자를 빌려 내가 믿는 하나님은 IMF보다 크시다며 밀어붙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할 때 홍해 바다를 바라보며 온 백성들은 밤새 통곡하면서 울부짖었다. 아직 하룻길이 남아 있는데.


막다른 골목길 같아도 끝까지 가보면 그 곳에 개구멍이 보인다. 미리 절망할 일이 아닌 것이다. 언젠가는 이대로 누인 채 강대상 위에 올려질 날도 오겠지. 사람들이 한 송이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어떻게 날 기억할까?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 (25:23)


김용혁 목사

대전노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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