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차수정 교수의 음악읽기>“비(雨)와 은혜”


봄이면 침신대 선교훈련원 주차장 초입에 황홀하게 만개하는 자목련 두 그루가 있다. 자목련은 한 송이씩 간격을 두고 마치 여왕처럼 고고히 피는 순백의 목련과는 달리 탐스런 자색의 꽃송이들이 나무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단 두 그루의 나무가 빚어내는 그 풍성한 아름다움이 가히 경이롭다. 그러니까 지난해 봄의 일이다. 아쉽게도 그 자목련이 자태를 뽐낼 겨를도 없이 일주일째 지속되던 봄비가 꽃송이들을 모두 낙화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단명한 꽃의 아름다움이여! 나는 안타까워 비에 젖은 꽃들의 가련함을 핸드폰에 담아보았다. 그리곤 아쉬움에 대한 짧은 멘트와 함께 가까운 몇 분들에게 사진을 보내 드렸다. 그런데 이 작은 일상이 뜻하지 않게도 나에게 귀한 에피소드가 되었으니, 바로 한 여성 사역자가 남긴 답 글에 관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차 교수님. 봄비는 대자연을 위한 보약이라지요...’ 사실 그 날은 전국적으로 지속된 봄비에 빼앗긴 봄과 거리의 질척거림을 토로하는 짜증난 시민들의 얼굴이 뉴스의 첫 머리를 장식한 궂진 날씨였다.


허나 그분의 글엔 불평은커녕 자연의 불편함마저도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일상의 감사함만이 맴돌 뿐이었다. 마치 범사에 감사하라신 성경 말씀을 그대로 삶에서 구현하듯, 그것은 오직 신앙의 눈으로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바로 마음의 평강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일상으로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나에겐 감사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뒤 돌아 보게 하는 은혜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사는 동안 작은 불편에서부터 죽을 만큼 어렵거나,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등의 극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오직 신앙의 눈으로 그 의미를 찾는 자의 마음은 늘 감사로 충만하리라는 소망과, 진정 감사하는 자의 마음은 쉬이 분노하거나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는 믿음의 확신을 안겨 주었다

 

그럼 다시 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앞서 믿음의 형상에 따라 자연의 느낌이 각자의 마음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그려지듯, 개인의 취향과 문화와 관심과 목적 등에 의해서도 사물에 대한 느낌은 천태만상으로 재생된다. 물론 하나님의 엄청난 선물, 인간 상상력의 덕분일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레느(Paul Verlaine)는 도시를 적시는 조용한 빗소리에 내 마음을 꿰뚫는 이 우울함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며 자신의 내면을 토로한다. 아마도 비속에 흘러내리는 고독과 허무를 본 까닭일 것이다. 어린아이는 줄기차게 때리는 거친 빗줄기에 행여 땅이 아플세라 비야, 비야, 살살 오렴...’ 노래하며 천사의 마음을 담아낸다. 서로 다름이 창작의 원천이 됨을 실감한다. 그러면 우리 믿음의 선배가 본 비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찬송시인 다니엘 휫틀(Daniel Whittle)은 비를 영혼의 보약, 은혜의 단비라고 은유한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라며 갈구한다. 찬송가 빈들의 마른풀 같이의 원제는 “Showers of Blessing,” 만약 문자대로 직역한다면 성령의 단비, 은혜의 단비 보다는 축복의 소나기,” “은총의 소나기가 적합할 것이다


 휘틀은 소낙비를 통해 우리의 영혼을 단숨에 흠뻑 적시는 성령의 단비, 무조건적이며 피할 수 없이 강력한 주님의 은혜를 표현한다. 소나기와 동격으로 다가오는 성령, 참으로 강력하지 아니한가!


끝으로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의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하신 예수님 안에서 보이신 하나님의 시각 속에서 감사하는 삶의 뿌리를 캐며, 다소 투박하더라도 원래 찬송시의 의미를 진정 감사함으로 전하고 싶다. 은혜의 소낙비를 맞으며, 우리 모두의 삶이 보다 범사에 감사하는 삶이되기를 소망하며...


축복의 소나기가 쏟아지리라,

그것은 하나님 주신 사랑의 언약.

소생의 계절이 오리라,

그것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내리신 계절.

소나기, 축복의 소나기, 우리가 갈구하는 소나기,

그 자비로운 빗방울이 우리 주위에 쏟아지리라.


차수정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