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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별은 빛나건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에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밤하늘을 보면 총총하게 별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비가 오고 난 후에는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언제나 마음을 말갛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고 복잡할 때 가만히 별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담담하고 잠잠해 지는 경험을 누구나 몇 번 쯤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예술 작품들 속에서 별은 순수와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다.


지난밤에도 비가 온 뒤 오랜만에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누구에게인가 희망과 위로의 인사를 건네듯이 그렇게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문득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가 떠올랐다. 이탈리아 낭만 오페라의 거장인 푸치니의 토스카는 사람과 사랑과 그것을 둘러 싼 음모와 배신, 그 가운데에서 확인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오페라이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을 가진 세속 오페라이지만 주옥같은 아리아가 가득한 작품이다. 그 중 3막에서 남자 주인공이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 “별은 빛나건만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사랑하는 토스카를 두고 처형되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처절하게 부르는 이 노래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음악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노래가 담고 있는 절박한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처절한 현실을 비춰줄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간절함이 이 음악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가 주인공의 절박함을 잘 표현해 준다. “, 죽게 된 이제야 생의 귀함을 깨달았네”.


삶의 귀중함을 처절하게 깨닫는 순간, 주인공은 별을 보며 희망을 갖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잘 살고 싶은 과거를 돌아보며 또 한 번의 기회를 갈망했을 것이다. 마지막이 아닌 지금, 오늘 이 순간을 진심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청중에게 호소하는 아리아는 진지하게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삶속에서 만나는 많은 어려움들은 때로는 마음을 어둡고 참담하게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상대하기조차 싫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에게 모함을 받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는 일터에서 참기 어려운 소외와 무시를 당할 때도 있다.


그 뿐인가?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는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릴 때, 분함과 억울함으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삶의 귀함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현실의 부당함에 억울해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나의 몫이고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삶의 한 순간임을 기억한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이 힘들어 삶이 무거워질 때, 아니면 그저 더운 여름밤에 쉽게 잠 못 이룰 때 눈을 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의 선율과 함께 별 하나에 억울함을, 별 하나에 속상함을 묻으면 별 빛으로 온 마음이 밝혀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별들을 만들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발견하며 영혼까지 맑아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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