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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長壽 보다 건강


전철 노인석에 앉았는데 나이 많은 부인이 바퀴달린 의자에 100kg이나 되는 거구의 남자를 모시고 힘들게 밀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 후 인사를 나누고 물었더니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진 후 4년간 그렇게 모시고 다닌다고 했다.

집안에 있기 싫어해 한 주에 두 세 번씩 전철을 타고 외출을 준비할 때 일으켜 세워 휠체어에 앉히고 또 내리는데도 힘들지만 집안에서 화장실 시중보다 외출할 때 시중드는 일이 얼마나 더 힘든지 모른다고 조용히 말했는데 그녀의 초췌한 모습에서 효부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수 있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고 건강을 읽으면 다 잃는다는 말이 귓전을 스쳐갔다.

 

生老病死(생로병사)

지난주에 말한 “99 88 23 21”제목에서도 언급했지만 장수에 고종명이 얼마나 좋으련만 예부터 生老病死라 했으니 병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고종명하는 사람을 병원도 많고 약국도 많은 좋은 세상에도 보기 힘들다.

또한 병들어 눕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다. 돌보는 가족의 안타까움에 고통은 물론 병자 본인도 밤낮으로 휴식, 기쁨, 평안 및 행복들은 도적질 당하고 불안, 염려, 걱정, 두려움, 고통, 의구심, 나약함으로 절망, 곧 살고픈 의욕에서 죽고픈 좌절로 고귀한 믿음까지 빼앗아가는 것이기에, 질병은 인생살이의 돈 도적질하는 원수며 강도요 어쩌면 성경에서 말하는 저주(28:20-24)임을 병고를 겪어본 사람들은 공감하는 바이리라.


백세향수도

세종대왕 때 관충주부사 민대생은 나이 90 졸수(卒壽)가 되던 해 설날에 여러 자녀들이 세배를 한 후 축수를 하는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큰 아버님, 백세향수(百歲享壽)를 누리십시요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화를 내며 내 나이 지금 90이니 100세를 살려면 앞으로 10년 밖에 더 살지 말란 말이 아니야!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세배를 하고 말하기를 아저씨께서는 백세향수를 하시고 또 백세향수를 하십시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그제야 매우 기뻐하면서 그래야지, 수를 올리려면 그렇게 해야 도리가 되지!”하고는 진수성판으로 대접하여 보내었다고 한다.

 

석양의 인행

노년의 모습은 자녀들을 키우는 희생과 생업의 수고로 머리는 희어져 벗어지고 얼굴에 주름살은 검게 늘어나고 허리는 버들가지처럼 점점 휘어져 꼬부라지고, 많은 세월속의 온갖 생존의 풍파와 역경가운데 눈은 어두워지고 귀는 안 들리며 얼굴과 손은 떨리고 이가 빠져서 오물거리며 기력은 쇄하여 지고 기억력도 잃어버린 노쇠한 인생여로가 석양에 뉘엿뉘엿 기우는 황혼기의 심신의 애수로 그늘져가는 초췌함이리라.

그러므로 평생을 복음 위해 원로은퇴하신 목사님들이나 깊고 높은 노부모의 은덕을 기억하고 섬기며 공양하는 것이 마땅한 인간윤리의 근간이겠다. 헬라의 지시포스의 신화에 나오는 얘기와 같은 인생과 무슨 다름이 있르랴!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일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90:9-10)

 

소중한 몸

어릴 때 부친께 들은 얘기로 중국의 악정(樂正)으로 호는 子春이란 사람이 어느날 댓돌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잘못 디뎌 다리를 삐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출입을 못하고 집안에 누워 있었다. 하루는 제자 중 한 사람이 병문안을 갔다가 스승의 초췌한 안색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선생님의 상처는 다 나으신 것 같은데 아직도 문밖에 나오지 않으시고 안색도 좋지 않으시니 웬 까닭입니까?” “이 세상에는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몸뚱이와 살갗과 머리털 하나까지 모두 부모에게 받은 것이다. 부모에게 받은 몸을 잘 간수했다가 하늘에 도로 바치는 것이 효도이다. 군자는 잠시도 이 효도를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다리를 다쳐 부모에게 받은 육신을 성하게 간직하지 못했으니 효도를 잊은 것이라서 마음이 괴로운 것이니라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고전3:16)

 

두 이빨의 할머니

의사 해리스(Haris)의 환자진료 고백 가운데 환자들의 불평은 수다하다고 했다. 저들의 불평은 대체로 여기가 아프고 저기도 쑤시고 걸을 때도 아프고 누워도 괴롭고 안 아픈 곳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장황하게 늘어놓는다고 했다. 그런데 한번은 연세가 드셨고 가진 것도 없었고 가족들도 별로 없는 몸이 허약한 할머니에게 요즈음 건강이 어떠세요?” 했더니, “, 의사님 나는 감사할 것이 너무 많아요. 여보세요. 한 예를 들면 나는 이가 두 개만 남았지만 다행히도 그 두 개가 아래 위에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씹을 수가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8)

 

최선의 여생

우리가 잘 살든 못살든, 남자든 여자로 태어났든 잘 낫든 못 낫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길든 짧든,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그런 직장과 이런 생업으로, 언어와 문화와 풍토와 종족으로, 꼭 한 번, 단 한번만 살다가는 인생이기에 남이야 뭐라 하든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엄숙한 인생길이 아닐 수 없는 편도차표(One way ticket)로 다시 못올 인생길이 아닌가!

인생은 운동경기처럼 연습할 수 없다. 연습 삼아 살아보고 그 다음엔 멋 떨어지게 살아볼 수 없다. 편도 인생승차표를 물릴 수도 갈아 탈 수도 없는 고귀한 인생이기에 후회 없는 매일 매시 최선을 다해 보람 있게 살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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