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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바흐와 함께 새해를


2015년이 양의 해라던가? 물론 12간지나 띠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올해가 양의 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이유는 아마도 양이라는 동물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상징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에서 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목자로 모신 성도들을 일컫는 동물이기도 하고 우리 주님의 십자가 사건도 어린양의 죽음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서도 양은 언제나 선하지만 악한 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린 존재로 등장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양은 선한 평화의 상징으로 늘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이렇듯 친근한 동물, 양의 존재를 좀 더 가깝게 느끼며 살게 될 새해에 우리들의 삶도 목자이신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는 축복의 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문득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사냥 칸타타가 기억났다.


독실한 루터교인으로 언제나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삶의 우선순위였던 바흐는 예배음악과 교회음악의 대가였다. 그렇다고 바흐가 오직 예배를 위한 음악만을 작곡한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세속음악들도 많이 작곡했는데 여기서 세속이란 표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건하지 않거나 불건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음악이 가진 존재적 목적이 예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인들의 생일, 사회 현상 등을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바흐의 세속칸타타는 바흐의 음악에 사람냄새를 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바흐는 그 중심에 하나님을 품고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창작하였고 따라서 세속칸타타라고 해서 무조건 불경건하다고 폄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흐 자신이 그의 작품 말미에 예외 없이 붙인 “Soli Deo Gloria”라는 문구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사냥 칸타타(BWV 208)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바흐의 14곡의 세속 칸타타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1716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시 작센 지방의 크리스티안공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바흐에게 궁정음악가의 칭호를 준 작센공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작품이기에 예술 활동을 위한 창작이 아니라 어떤 목적이나 이유를 가지고 작곡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음악이 품고 있는 깊은 아름다움을 볼 때 진심에서 우러나온 창작이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작품은 바흐의 세속칸타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것 중에 하나라는 것에 이견은 없고 이런 아름다운 음악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것 또한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사냥 칸타타 중에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곡이 9번째 음악으로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라는 제목의 소프라노 아리아이다. 목자의 보호 아래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모습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아리아인데 사냥이라는 공격적인 내용 중에 나오는 음악이라 더욱 흥미롭다. 어쩌면 바흐는 언제든 잡힐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목자의 보호를 믿고 풀을 뜯는 양의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믿음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2015년, 올 한해동안 우리는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 시간을 살아야하고 또 그 시간들 속에 있는 포함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사람의 방법, 이해관계의 구도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반성하게 된다. 답답하고 암울한 상황을 만날 때 사람을 통한 쉬운 편법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도하는 한 해이기를 소망한다. 사냥이 진행되는 위험 속에서도 목자를 믿고 풀을 뜯는 양들의 모습처럼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도 오직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는 믿음의 시선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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