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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목사의 군선교 이야기-9

<부활절 회복의 은혜> “테텔레스타이!”


오직 영혼구령이란 선교 비전을 마음에 품고 군 사역에 임했던 필자는 사역의 현장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을 위한 멘토링이란 사역의 방향이 결정되는 계기가 있었다. 특이할만한 것은 사역초기부터 지금까지 절기(부활절, 성탄절)를 통한 상처받은 영혼들의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강하게 일어났다. 군병원부대는 본부근무중대와 후송중대로 편성되어 있다.


이외에 1군 지사에서 파견된 보급정비대(이하 보정대)로 편성되어 있는데, 필자는 교회에서도 예배에 참석하는 보정대 병사들이 영내의 이방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각별히 이들을 보살피면서 본인들이 봉사를 원하면 찬양팀 등에 우선적으로 세워주었다. 이런 관계로 인원이 제일 적은 보정대에서 그동안 교회의 일꾼이 많이 배출 되었다.


군선교에 헌신한지 한 1년쯤 지나서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당시 (간호장교를 아내로 둔) 육사출신의 보정대장에게서 병사들을 교육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요청을 받은 필자는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의무적인 교육에 무감각하고 참석하자마자 대부분 졸음에 빠져드는 병사들을 깨워서 교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교육기간은 1년으로 월 1회 중대 회의실에서 실시하기로 하고, 인원은 12명으로 예수님의 12제자를 훈련시킨다는 심정으로 임하였다. 교육목표는 <자존감 세우기>로 설정하였다. 교육내용은 자신들을 알아가며 상처치유와 자존감을 높이어 군생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교재는 성경과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소강석 지음, 쿰란출판사, 2005)를 사용하였다.


교육 첫 시간에 필자는 준비해온 <나는 누구인가?>란 제목으로 구성된 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작성해보라고 하였다. 소그룹의 특성상 병사들의 사정을 파악하여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지를 보고 한 병사의 아픈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 진단지 내용 중에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일항목에 기록된 사연은 군대에 와서 부모님의 이혼으로 몹시 당혹스럽고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필자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사연의 주인공이 교회의 찬양 사역자로 평소에는 착하고 성실하였으며 찬양을 할 때는 밝고 은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픔을 안고 표현도 못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때 그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그 환경 속에서 그 형제의 찬양 사역은 고독한 자신과의 투쟁이었고 유일한 위로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후에 형제와 상담해보니 부친은 병든 상태이었고, 모친은 이미 재혼한 상태라 휴가 때도 그렇고 전역 후에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하였다. 당시의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김수영의 이란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운다시인은 가녀린 풀의 모습을 통해 어떤 역경과 슬픔의 파도가 밀려와도 포기할 수 없는 질긴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바람 앞에 풀이 그러하듯,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마음의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원래 인간은 범죄로 말미암아 그 마음이 상처를 입고 태어난 존재요, 상처를 잘 받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전역을 6개월 앞둔 그 형제에 대한 멘토링이 중대 교육과는 별도로 시작되었다. 정기적인 상담과 성경공부를 통해 다시 삶의 희망을 갖기 시작하였고, 교회 가족들이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펴 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러한 노력은 헛되지 않고 영혼 구령과 복음 확장이란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형제를 통하여 주님은 일하고 계셨다. 말년 휴가를 앞두고 갈 곳이 없었던 형제는 결단을 내렸다. 휴가를 포기하고 부활절을 맞이하여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30년 전에 신학교 다닐 때에 산업체 학교를 다니면서 위문 공연을 했던 대본이 하나 있었다. 예수 탄생과 부활까지의 성경 내용과 관련 찬송가를 가지고 테너와 소프라노 두 사람이 나레이터와 찬양을 하는 테텔레스타이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휴가기간 동안 연습을 하고 부활절 저녁에 막을 올리기로 하였다. 마침내 당시에 필자의 사역을 돕기 위해 와 계셨던 복음가수 수준의 자매님이 소프라노를 맡아 주셔서 환상의 커플 팀이 구성되었다.


그렇게 준비한 부활절 테텔레스타이 공연은 큰 은혜의 물결을 이루는 기적의 현장이 되었다.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형제의 말씀 낭독과 찬양을 통한 은혜는 성령의 바람을 타고 참석한 병사와 간부, 가족들에게 눈물의 은혜를 뿌리게 했고 부활의 주님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그렇게 회복되고 은혜를 경험한 형제는 전역 후에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컴퓨터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거주를 해결하고 학비를 마련하여 대학에 복학하였고, 방학에 공장을 다니면서 학비를 벌어 학교생활을 하였다. 그런 고생 끝에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와 안정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아팠던 상처를 기억하며 자녀들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믿음의 가정을 세워 나가고 있다.


지나고 보니 이 형제를 통해 외롭고 고독한 군선교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필자에게도 자부심과 새 힘을 불어 넣어주고 향후 사역의 방향을 잡아주는 계기가 되게 해준 주님의 은혜였다. 모든 것을 주님께서 다 이루신 것이었다. “테텔레스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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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위 113-1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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