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선교와 위기관리-7

‘단기선교’인가? ‘단기봉사’인가?


1. ‘단기선교용어의 어원과 용례

선교역사가 오래된 서구의 전통은 평생을 사역자로 헌신하는 장기선교사와 대비해서, 1~3년 동안 장기선교사를 돕거나 사역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사역자들을 단기선교사로 불러왔다.

교육, 컴퓨터, 농업개발, 스포츠 분야 등의 전문인 사역자들로서,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선교사역에 대한 비전을 확인하기 위하여 참여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이에 반해 방학이나 휴가철을 이용해서 1~3개월 정도 선교사역을 지원하거나 선교지를 방문하는 것은 비전여행 (Vision Trip)’ 혹은 필드여행 (Field Trip)’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이렇듯 서구교회의 선교 개념과 전통은 장기선교사들의 사역과 경험을 존중하면서, 단기선교란 최소한 1~3년의 헌신이 수반되는 사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서구교회는 선교라는 용어를 남발함으로 일어날 혼선과 모호함을 예방하는 것이, 선교를 대하는 정직하고도 지혜로운 태도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교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90년대 말까지 한국에서는 서구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개 비전트립’, ‘선교여행혹은 비전여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2000년대 들어와 선교여행이 한국교회에서 붐을 이루면서, 지역교회에서는 방문 팀원들 격려차원에서 한 주간의 초()단기이긴 하지만 선교사역을 잘하도록 파송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선교여행이라는 표현은 영적이 아닌 것 같이 느껴져, 언제부터인가 선교라는 명분을 더 강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단기선교라는 용어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한국교회의 선교적인 개념 이해와 용어 사용에 상당한 혼선을 불러왔던 것이다,


2. ‘단기선교용어의 역기능

2007년 아프간 피랍사태가 진행되면서, 피랍 봉사단원들이 단기선교팀이냐, ‘단기봉사팀이었냐 여부가 피랍사태 해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당시 언론기사에 의하면 탈레반은 애초부터 여성 인질들을 석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족 전통과 이슬람 문화에 따라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이 금기시되었을 뿐더러, 탈레반에게는 화장실, 잠자리, 샤워 등 여성 인질관리가 골치 아픈 문제였고, 여성 인질들을 관리할 여성 가드(Guard)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질들이 무슬림을 개종시키려는 기독교 선교사들임을 언론 보도를 통하여 확인한 뒤 탈레반은 태도를 바꿨던 것이다.

이처럼 위기관리 측면에서 볼 때, 한국교회가 실질과는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널리 사용했던 단기선교라는 용어가, 피랍이라는 위기상황 관리에는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었다.

피랍사태 이후 한국교계와 선교계를 중심으로 단기선교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심각한 반성의 기운도 한 때 엿보였지만, 8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과거의 뼈아픈 교훈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이 보인다.

 

3. ‘단기선교용어의 재정비

피랍사태 직후 문상철 원장(kriM)단기선교용어 사용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단기선교란 용어는 직접적인 전도활동을 하지 않는 한 삼가는 것이 좋다. 봉사활동의 성격이 강하면 해외봉사, 의료 활동이면 의료봉사, 문화 탐사나 탐방 성격이 강하면 문화탐사탐방여행으로, 리서치 목적이면 지역연구 여행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타협이 아니라, 오히려 정직하게 행하는 것이다. 선교와 직접 관련 없는 활동으로 단기선교했다는 것은 오히려 정직하지 않다. 그것은 일종의 부풀리기 멘탈리티이다. 용어를 부풀리면 통계도 부풀리게 되는데, 그것은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선교선교사란 용어를 아껴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순교의 각오로 선교사역에 임할 때 비로소 선교한다고 말하고, 선교사라고 호칭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혜를 발휘하면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는 길이다.

선교선교사용어 사용에 있어서 혼란을 주는 또 다른 요소는 은유적인 용어 사용이다. 일례로 보내는 선교사라는 용어는 그 자체가 모순 어법인데도 흔히들 사용한다. 또한 선교 및 봉사 목적의 여행을 단기선교라고 표현하는데, 이것 역시 모순된 것이다.” (‘2007년 아프간 피랍사건 종합보고서일부 발췌)

이제 한국교회는 그동안 애용해왔던 단기선교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1년 이상 선교지로 나가서 사역하는 단기 선교사역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단기선교는 단기 선교사(STM)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대신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선교지 탐방과 지역조사와 연구, 선교의 비전을 추구하는 여행은 비전여행이나 현지탐사로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 봉사나 교육지원, 도로 보수 등의 지역개발 업무, 농사일 돕기, 다양한 노력 봉사, 교회당 건축 보조 등의 지원 사역은 포괄적으로 단기봉사로 범주를 정하고, 일부 사역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분쟁지역이나 창의적 접근지역의 모든 방문사역 팀은 단기봉사팀으로 통일하여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2007년 아프간 피랍사건 종합보고서일부 발췌)


김진대 목사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