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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바흐의 권면 :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바흐의 권면 :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병의 위협과 맞서 싸우느라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6월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이다. 올해 여름은 아직 제대로 더위와 씨름하기도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가는 듯하다. 중동발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어수선했던 한 달을 견뎌왔기에 올 해 여름은 조금 더 버거워질 것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 앞에서도 이렇듯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자만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건강한 몸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육신의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고 잘 돌봐야한다. 몸도 몸이지만 우리들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많은 유해 요소들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영적인 면연력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21세기를 지배하려는 종교다원주의, 미국 전역이 동성애인들의 결혼을 합법화할 정도로 타락한 도덕성, 인권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자행되고 있는 많은 영적인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잘 이길 수 있는 힘이 그 어느 시대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렇듯 우리들의 영적 상태를 재점검하고 정비하여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면 지금 겪는 어려움은 위기를 위장한 하나님의 축복의 기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의 끝자락에서 문득 생각나는 음악이 있다. 바로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칸타타 BWV 140번의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필립 니콜라이(Phillip Nicolai, 1556~1608)가 작곡한 유명한 코랄의 선율을 차용하여 만든 바흐의 코랄칸타타 중 하나다. 삼위일체주일인 27번째 주일 예배를 위하여 작곡된 이 작품은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열 처녀 비유를 기초로 하고 있다.

바흐의 교회음악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모두 명불허전의 작품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칸타타는 가장 여성스러운 서정미가 가득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체가 7곡으로 구성되어진 칸타타 작품 140번 중에서 첫 곡이 바로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인데 직역하면 부르는 소리가 있으니 눈을 뜨라라는 뜻이다. 이 곡의 전체적인 내용은 지혜로운 다섯 처녀는 신랑의 소리를 듣고 등불을 들고 맞이하지만 미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다섯 처녀는 기름을 구하러 갔다가 신랑과의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성경의 내용이다. 성경의 교훈을 음악으로 표현한 바흐의 음악은 작품성이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영적 교훈을 전달하는데 음악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사람의 내면을 만지며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바흐의 음악적 탁월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가 얼마나 영적으로 깨어있었던 신앙인이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바흐의 삶은 근면함과 진지함으로 일관된 것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그의 음악을 통해 가감 없이 나타나는데 바른 신학과 신앙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혼의 청정함이 그의 음악에 녹아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맑고 순수했던 바흐는 그의 재능을 고스란히 말씀을 표현하는 것에 헌신했고 이것은 그가 세상에 없는 지금도 우리들의 영혼을 깨우는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혼탁하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믿음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바흐는 그의 음악을 통해 일깨워준다.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으니 깨어나라는 것이다.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 예수님의 소리를 듣고 깨어 준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나른한 여름이지만 바흐가 음악을 통해 전하는 간곡한 권면을 들으며 깨어 기도하는 7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현숙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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