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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기에 너무 소중한 사람들!’ : 제1차 케어팀 사역활동

위기관리-34

2015년 4월 27일 아침 네팔 선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 여진이 계속 오고 있어요! 지난 3일 동안 집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공원에서 유숙했어요. 사모님들이 무서워하고, 지진 트라우마로 힘들어 하고 있어요. 국제단체에서는 어제부터 멤버케어 팀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고 특별히 사모들에게는 청심환도 많이 필요해요.”  청심환? 그것은 정말 위급할 때 사용하는 구급약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약이 필요한 상태라고? 그리고 그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 나의 상식으로는 지진 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지낼 곳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선교사님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라는 것이었다.


바로 항공권을 구입하였다. 5월 12일 오후 네팔 카투만두에 도착 후 마중 나올 선교사님을 기다리는 순간에 제2차 강진이 발생하였다. 지진을 처음 경험한 나는 지진으로 인해 우왕좌왕 하는 주변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네팔 사람들은 흔들리는 공항 청사 앞에 서 있는 나에게 나무가 흔들리고,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가리키면서 속히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선교사들을 위해 가져 온 반찬과 의약품, 그리고 한국위기관리재단의 구호금을 갖고 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가방을 꽉 잡고 나를 맞으러 나오는 선교사님을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차로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네팔 사람들의 소망없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숙소에 도착하여 선교사들의 ‘울고 있는 모습’을 대면하게 되었다. 5월 13일부터 디브리핑을 신청한 선교사님들을 대상으로 위기-디브리핑을 시작하였다. 밤에는 개인적 상담을 필요로 하는 선교사들을 만났다.


1차 지진 이후 2~3주가 지났기에 위기-디브리핑을 실시하기에는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루 전 또 다시 강력한 2차 지진을 경험한 선교사님들은 1차 지진으로 인해 경험된 두려운 마음들이 다시 작동하면서 움직여지고 있었다. 오전과 오후 내내 진행된 디브리핑은 사흘간 끊이지 않고 지속 되었다. 선교사님들은 지진으로 인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그동안 네팔에서 사역하는 동안 자기를 힘들게 한 것들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위기-디브리핑은 지진에 놀란 마음을 잘 정리하는 작업이 되었고, 지진의 공포를 완화시키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였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깊은 곳(마음)을 바라보는 작업들을 통해, 선교사들은 자기가 치료되면서 동시에 마음 안에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고백하고,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흘간의 디브리핑을 통해 선교사들은 그들이 섬겨야 하는, 지진 가운데 지쳐 있는 네팔 사람들까지라도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고백하였다. 이젠 네팔 사람들 역시 우리 선교사들에게 있어서는 ‘잃어버리기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네팔에서 사역했던 4박5일은 어떤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었다. 그러나 네팔 선교사들은 마음의 변화와 회복을 경험하였다. 


네팔 선교사회 추천과 한국위기관리재단의 협력으로, 2015년 6월부터는 쉼과 회복이 필요한 네팔 선교사들을 위하여 방콕 오아시스힐링센터에서 4박5일 간 쉼(Rest)과 회복(Healing)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방콕 오아시스 힐링센터에서는 매달 네팔 선교사 한 가정 혹은 두 가정씩 회복을 위한 디브리핑을 계속하고 있다. 선교사 가족들은 디브리핑 후에 가까운 휴양지에서 몇 일간 부부(가족) 휴식시간을 갖게 되고, 자기 자신을 깊이 바라보는 작업(숙제)도 하면서 결국 가족 간에 대화가 풍성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선교사들의 기쁨이 회복되어 접어진 날개를 다시 펴고 선교지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이 요즈음에 우리가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다.


힘들어하는 선교사들의 마음을 지원하는 ‘오아시스힐링센터’의 케어 사역은 한국교회의 기도와 물질적인 후원과 관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진으로 어려움 당한 네팔 사람들을 위한 구호사역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교회는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장에서 구호(재건) 사역을 직접 감당하는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 같다. 밀려오는 구호팀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섬기는 현장 선교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선교사는 지역교회의 선교비전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일꾼이며, 지금의 이들이 있기까지 너무나 많은 물질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우리의 사역자들은 ‘잃어버리기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다. 지진이 지나간 이후에도 한국교회가 네팔 선교사들을 계속 기억하기를 바라며, 이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작업이 남은 과업 완수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위기관리포럼 자료집’ 일부 발췌)


(주 : 네팔 지진이후 한국위기관리재단은 네팔 한인 선교사회와 공동사업비 1천만 원으로 선교사들을 위한 케어 사역을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2015년 한 해 국내외 선교사 멤버케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4차례 케어팀을 구성하여 네팔로 파견하였고, 현지 멤버케어 코디네이터와 협력하여 지진 후유증을 겪고 있던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였다. 1차팀 황정신 선교사는 1987년 태국에 파송된 GMS 선교사이며, 본부사역을 마친 2012년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 한국위기관리재단의 멤버케어 위촉단체 중 하나인 방콕 『오아시스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황정신 공동대표 (오아시스힐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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