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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위기 디브리핑 및 상담 : 제2차 케어팀 사역활동 - 1

위기관리-35

6월 8일 선교사들을 디브리핑하고 상담하고자 네팔에 도착한 우리는 개인 상담을 시작으로 이튿날부터 3일간 오전엔 남자 집단 상담과 미술치료, 오후와 저녁엔 부부상담, 개인, 가족 상담을 진행했다. 많은 선교사들이 지진으로 인해 두려움과 무기력감, 탈진, 죄책감, 불면증 등으로 어려워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지진 후, 침대나 소파에만 누우면 흔들리는 느낌이 계속 있고 지진이 또 날 것 같은 두려움에 힘들어 했다. 어떤 분은 지진 후 50여 일간 밥을 전혀 먹지 못해 치료차 한국으로 들어간 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선교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지금 한국에 오면 어떻게 하냐? 그곳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한국교회의 반응이어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선교사들은 모두 구호사업에 나서서 한국에서 보내온 돈으로 물품을 이곳저곳에서 사서 주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보살피는 일을 하느라 너무나 바빴다. 이들의 사역지는 대부분 차로 험한 길을 여러 시간 동안 가서 또 며칠 동안 산을 넘고 또 넘어서 가야만 되는 곳에 있다. 그래서 한국 선교사들은 많이 지쳐 있었고 탈진해 있었다. 이들을 위해 누군가 들어주고 쉬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한국위기관리재단에서 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에 이들을 도와줄 것을 의뢰해, 나와 놀이치료사 백은영 선교사가 8일간 성인상담, 아동상담, 가족상담, 부부 상담 등을 했다.


네팔 사람들은 대지진을 겪으며 한국교회가 헌금하고 도와준 것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호사역과 함께 또한 현장 선교사들의 탈진과 지진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인 후유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필요했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기 이전 이미 정신과 의사들이 약 처방을 해주어 많은 한인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우리들은 같은 선교사로서 한인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들어줄 대상이 되어주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특히 선교사들은 탈진 증상, 만성피로증후군 등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쉬면 안 된다.”는 죄책감으로 안식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사역하는 분들이 많았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 짜증이 나고 불안하고 무기력감, 심지어는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선교사도 있었다. 이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증상들이다. 트라우마 사건을 겪을 때 누구와 같이 있었나? 그 때 어디에 있었나? 또는 어린 시절의 미해결 과제가 있는지에 따라, 이 후에 겪는 스트레스 후유증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없는 사이 지진이 났는데 그 때 당시 자기보다 어린 다른 집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서 자기도 두려웠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무서운 티를 낼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30분쯤 후에 부모님을 만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지진 후 엄마가 없는 학교에 갔다가 또 지진이 날까봐 두려워하여 학교 가기를 싫어하기도 했고, 대입 서류를 준비해야 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오는 건망증과 멍한 증상, 두려움으로 인해 압박감을 더 많이 느끼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까봐 괴로워했던 MK도 있었다. 딸의 고통을 이전엔 잘 알지 못했던 어머니는 고통스러워하는 딸에게 “네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 몰랐다.”고 위로해줄 때 모녀지간의 사랑이 더욱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선교사는 자신 안에 울고 있는 어린 아이를 만나며 이제껏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도 돌보지도 못했던 것을 깨달으며, 안타깝기도 하고 안도하는 눈물을 흘리고 나서 날아갈 것 같은 치유를 경험했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이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상담으로 인해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람도 많이 느꼈다. 1시간 반, 또는 두 시간의 상담을 통해 한인 선교사들, 또는 부부, 가족들, 아이들이 그동안의 무력감, 짜증, 두려움, 어렸을 때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하고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며, 정말 하나님은 당신이 세우신 선교사들이 회복되기를 원하시며 매우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네팔은 대지진이라는 뜻하지 않은 위기를 겪었지만, 한편 이 위기는 동시에 여러 가지 기회도 되었다. 특히 한국위기관리재단, 한국교회, 정신과 의사 등 다방면의 적극적인 도움은 선교사 위기관리와 멤버케어 차원에서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의 네팔 재난 현장 방문을 통한 상담사역은 그동안 많이 지쳐 있던 네팔의 한인 선교사들과 한인들, MK들, 그리고 네팔 사람들에게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됐고, 위로, 격려, 힘과 용기를 주는 기회가 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위기 디브리핑과 상담사역으로 인해 무엇보다 선교사들이 회복되어 네팔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힘 있게 증거할 수 있다면, 우리들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으며 값진 것이 되리라 믿는다.
(주 : 2차팀 이현숙 선교사는 GBT 선교사로서, 한국위기관리재단의 멤버케어 위촉단체 중 하나인 『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 소장으로 섬기고 있다.)
(‘위기관리포럼 자료집’ 일부 발췌)
/이현숙 소장 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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